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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윤여정 “아들아, 엄마가 열심히 일한 결과란다”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윤여정 “아들아, 엄마가 열심히 일한 결과란다”

Posted April. 27, 2021 07:19   

Updated April. 27, 2021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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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실했다. 먹고살아야 했다. 두 아들을 위해 이를 악물고 일했다. 누군가에게 민폐가 되지 않기 위해, 완벽을 기하기 위해,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본인을 혹독하게 담금질했다. 

 도전, 인고, 때로는 삐딱한 시선 속에 55년 연기 인생을 달려온 윤여정(74)은 마침내 배우로서 가장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사랑하는 두 아들에게 고맙다. 나를 일하게 만든 아이들이다. 사랑하는 아들들아, 이게 엄마가 열심히 일한 결과란다”라고 말했다.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상 트로피를 손에 쥐고 활짝 웃으며.

 1966년 데뷔해 90여 편의 드라마, 33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한국에서는 대체 불가능한 배우로 자리매김한 윤여정은 이제 한국을 넘어 세계무대의 중심에 섰다. 스스로는 ‘생계형 배우’라고 말하지만, 남들은 그를 ‘대배우’라고 부른다. 25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과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그의 할리우드 데뷔작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면서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4개의 트로피를 들어올렸지만 배우상은 넘어서지 못한 영역이었다. 아시아계 배우 중에서는 1957년 ‘사요나라’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우메키 미요시(일본)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 수상은 아시아계 배우 수상에 유독 박했던 아카데미 시상식의 장벽을 우메키 이후 64년 만에 넘어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백인 중심의 수상으로 ‘백인들의 잔치’ ‘백인우월주의’라는 오명이 따라다녔던 아카데미에서 아시아계 배우로는 두 번째로 수상하면서 역사를 새로 썼다.

 배우 브래드 피트의 호명으로 무대에 선 윤여정은 이날도 유머와 촌철살인의 소감으로 객석을 들었다 놨다 했다. 윤여정은 브래드 피트에게 “마침내 만나서 반갑습니다. 우리가 털사에서 영화를 찍을 때 어디 계셨나요?”라는 재치 있는 말로 포문을 열어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브래드 피트는 ‘미나리’의 제작사 ‘플랜B’의 대표이기도 하다.


김재희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