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뛰다 11년 만에 국내로 복귀한 FC서울의 ‘패스 마스터’ 기성용(31)이 발목 부상에서 벗어나 명불허전의 패스 감각을 회복하고 있다. 김호영 감독대행 체제 이후 4승 2무 1패를 기록하고 있는 서울은 ‘기성용 효과’로 후반부 순위 싸움에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15일 현재 서울은 승점 24점(7승 3무 10패)으로 6위다. 남은 정규리그 2경기를 잘 넘기면 상위 6팀끼리 맞붙는 파이널 A라운드(5경기) 진출이 가능하다.
빠르고 활동량이 많은 젊은 선수들로 선발 라인업을 꾸려 팀 분위기를 바꾼 김 감독대행은 다소 매끄럽지 못했던 수비와 공격진 사이의 패스와 좌우 측면 공략의 갈증을 기성용의 활약으로 채웠다. 4-2-3-1 포메이션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되고 있는 정현철이나 김원식이 패기와 활동량에서는 나무랄 게 없지만 단번에 상대 진영 빈 공간을 공략하거나 밀집 수비를 피해 좌우로 전개하는 패스로 경기 흐름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았다.
기성용의 진면목은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 수원과의 100번째 슈퍼 매치에서 잘 드러났다. 서울은 전반 상대 압박에 미드필드 지역에서 잦은 패스 미스로 주도권을 내줬다. 하지만 후반에 기성용이 투입되고 나서 경기의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다. 중앙이 아닌 왼쪽 측면으로 이동해 자리를 잡은 기성용은 투입 1분 만에 하프라인 근처에서 공을 잡아 오른쪽 측면 공간을 향해 대각선 롱패스를 정확하게 연결했다. 1분 뒤에도 동료 수비수와 왼쪽 측면에서 공을 주고받다가 다시 오른쪽 측면으로 정확한 패스를 연결했다. 기성용이 상대 수비의 시선을 유도하면서 측면의 공격 루트를 열자 수원의 수비는 뒤로 물러났다. 이때부터 서울은 한결 원활해진 패스로 주도권을 가져왔다. 전반 한때 44% 대 56%로 밀렸던 공 점유율은 후반 15분 74%까지 올라갔다. 기성용은 이날 28개 패스를 시도해 27개를 성공시키며 확실하게 공수를 조율했다.
스페인에서 오른 발목 부상을 안은 채 6월 말 귀국한 기성용은 부상 재활 전문가인 홍정기 차의과학대 스포츠의학대학원 원장(교수)과 함께 재활에 집중해 왔다. 귀국했을 때만 해도 오른발 뒤꿈치 힘줄의 염증 때문에 발 안쪽 뼈와 인대까지 통증이 있었고 엄지발가락도 휜 상태였다. 이 때문에 오른발이 디딤발 역할을 할 때 통증을 느껴 국내 복귀전을 미뤘었다. 기성용은 15일에도 홍 원장을 찾아 오른 발목 강화 훈련을 했다.
‘패스 마스터’의 감각이 돌아오면서 서울은 큰 힘을 얻고 있다. 13일 슈퍼 매치에서 결승골을 넣은 한승규는 “성용이 형이 온 뒤 선수들이 플레이할 때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팬들의 관심도 커졌다. 서울 구단에 따르면 7월 22일 기성용 입단 이후 2개월도 안 돼 1∼6월 전체 유니폼 매출액의 2배를 넘었다. 월평균 FC서울 멤버십 카드 신청 건수는 4배나 급증했다는 게 구단의 설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무관중 경기가 그 어느 구단보다 아쉬울 것 같은 서울 구단이다.
유재영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