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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펜 “베토벤의 철학적 조크로 지친 팬들 위로”

포펜 “베토벤의 철학적 조크로 지친 팬들 위로”

Posted August. 21, 2020 07:29   

Updated August. 21, 2020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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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은 ‘오락’을 뛰어넘는 중요한 가치와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해주죠. 어려운 상황이 많지만 열심히 기획했고, 남은 프로그램을 최선을 다해 전하려 합니다.”

 롯데콘서트홀이 올해 처음 여는 여름 클래식 음악 축제 ‘클래식 레볼루션’의 음악감독을 맡은 바이올리니스트 겸 지휘자 크리스토프 포펜(독일 뮌헨국립음대 교수)의 표정은 의외로 밝았다.

 14일간의 자가 격리 기간을 감수하고 한국에 들어왔지만 그가 공들여 ‘올(all) 베토벤’ 프로그램으로 짠 클래식 레볼루션은 17일 개막 직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방자치단체 소속 교향악단이 출연하는 관현악, 교향악 공연은 대부분 취소됐다.

 그는 특히 자신이 KBS교향악단을 지휘할 예정이던 19일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 콘서트가 취소돼 아쉽다고 했다. “영웅 교향곡은 빛이 어둠보다 강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곡이어서 들려드릴 수 있었다면 이 상황에서 특히 의미가 깊었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다행히 관현악 공연 중 두 개는 취소되지 않았고, 제가 서울튜티오케스트라를 지휘할 30일 공연이 떠올랐습니다. 이날 연주될 베토벤 교향곡 8번은 스케르초 악장에 베토벤 특유의 ‘철학적 조크’가 들어있죠. 이 점을 생각하니 우울한 기분이 다시 유쾌해졌어요.”

 그는 이미 내년도 클래식 레볼루션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있다. 내년 축제는 두 가지 주제로 펼쳐진다. 우선 탱고음악의 거장 아스토르 피아졸라 100주기를 맞아 피아졸라와 그에게 영향을 준 작곡가들의 음악을 소개한다. 두 번째 주제는 ‘브람스’다.

 “독일 제 방에는 브람스가 사용하던 테이블이 있어요! 브람스가 딸처럼 아끼던 여성과 우리 부모님이 친하셨던 덕에 제 손에 들어온 거죠. 브람스의 테이블에서 받은 정신을 전할 수 있기 바랍니다(웃음).”

 올해 페스티벌 기간에는 ‘바이올리니스트 포펜’도 만날 수 있다. 25일 ‘포펜 & 김태형’ 공연에서 피아니스트 김태형과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1, 5, 7번을 협연한다. 그는 1980년대 초반 대(大)피아니스트 빌헬름 켐프와의 인연을 회상했다. “켐프 선생님은 무대에서 은퇴한 뒤였는데 저를 초대해 매일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한 곡씩을 함께 연주하셨죠. 그 집의 피아노는 소리가 매우 좋지 않았지만, 소나타 1번 안단테를 연주하실 때 선생님은 정말 놀랍도록 아름답게 선율을 연주하셨습니다. 제 삶을 바꿀 정도의 감동이었어요.”

 그는 30일 서울튜티챔버오케스트라 콘서트 지휘로 페스티벌 전 일정을 마친 뒤 31일 독일로 돌아간다.


유윤종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