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위드 코로나’, 대학에 위기이자 기회

Posted July. 17, 2020 07:33   

Updated July. 17, 2020 07:33

中文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 만난 수도권 한 사립대 총장의 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덮친 올 1학기를 돌아보며 한 말이다. 고개를 가로젓는 얼굴에 허탈한 미소가 흘렀다. 대학 역시 올 상반기는 혼돈 그 자체였다.

 현장에서 가장 힘겨워한 건 외국인 유학생 관리다. 학기에 맞춰 입국하는 것도 어렵고, 들어온 학생을 관리하는 건 더 어려웠다. 교직원들이 기숙사나 원룸에 격리된 유학생에게 도시락은 물론 간식용 치킨까지 배달했다. 한 사립대 총장은 과일을 들고 유학생들을 찾아다녔다. 입학처와 학생처, 국제교류 담당부서 사이에 이른바 ‘관할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갑자기 시작된 온라인 강의도 제대로 진행될 리 없었다. 실시간 강의는 고사하고 녹화도 못해 몇 년 전 영상물을 재탕한 교수들도 있었다. 온라인 시험 때는 학생들의 첨단 부정행위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이것만 보면 실패한 한 학기일 수 있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한 취업정보 사이트에서 대학생 1050명에게 1학기 온라인 강의 만족도를 물었다. 만족 44%, 불만족 31%. 대학마다 차이가 있지만 70%가량의 교수가 온라인 강의에 만족했다고 한다. 이유가 있다. 대부분 준비된 학교였다. 또 학생 눈높이에서 소통하려 노력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는 지난해 2학기 때 대형 강의실마다 영상녹화 시스템을 갖췄다. 평소처럼 강의만 하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수도권 한 대학의 간호대 교수들은 실습을 해야 하는 학생들을 위해 새벽에 나와 방호장비를 직접 챙겼다. 실습수업이 제대로 진행되면 온라인 강의의 만족도도 자연스레 높아졌다.

 2학기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장밋빛 전망대로 코로나19 백신이 나와도 우리 몸에 주사를 놓기까진 적어도 1년 이상 걸릴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올 2학기는 각 대학의 미래를 좌우할 시기다. ‘위드(with) 코로나’에 최적화한다면 경쟁력을 단번에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백신이 나올 때까지 버틸 생각이라면 한순간에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총장은 “솔직히 1학기는 준비할 시간이 없다는 걸 모두 알기 때문에 어수선한 채 지나갔다”며 “하지만 2학기는 상황이 다르다.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학생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발 빠른 대학은 2학기 준비가 한창이다. 대부분 다양한 방식의 온·오프라인 강의를 병행해 이른바 ‘캠퍼스 거리 두기’를 지킬 계획이다. 온라인 강의 말고도 해결할 문제가 많다. 공통적인 고민은 집이 먼 학생들의 숙소 문제다. 오프라인 강의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한 학기 내내 비싼 돈을 주고 원룸에 살 수는 없다. 방역 탓에 기숙사 풀가동도 어렵다. 일부 대학은 기숙사를 에어비앤비처럼 운용하는 걸 고민 중이다. 학생이 원하는 기간 동안 저렴한 가격에 빌려주는 것이다. 숙소가 해결돼도 감염 위험을 100% 피할 순 없다. 성인인 학생들의 캠퍼스 밖 사생활까지 학교가 관리할 순 없어서다.

 조금 더 가까운 미래까지 본다면 앞으로 입학할 이른바 ‘코로나 수험생’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초중고교생 학력 저하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코로나19는 더욱 심각한 격차를 낳고 있다. 언젠가는 대학이 맡아 키워야 할 인적 자원이다. 떨어진 학력을 높일 대학교육도 필요하다. 올 하반기는 물론 내년에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모른다. 그래서 준비해야 한다. 위드 코로나 시대가 경쟁력을 갖춘 대학에는 충분히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성호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