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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와 끊임없이 좋은 질문 주고받는...아트 인큐베이팅의 명소

예술가와 끊임없이 좋은 질문 주고받는...아트 인큐베이팅의 명소

Posted April. 28, 2020 07:35   

Updated April. 28, 2020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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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대 초반 국내 공공기관과 공연장을 중심으로 ‘아트 인큐베이팅’이 생겨났다. 신진 예술인층을 두껍게 해 예술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아트 인큐베이팅은 업계에 꾸준히 새로운 피를 공급하는 일을 한다. 완성작을 내놓기까지 예술가에게 쇼케이스, 낭독 공연을 비롯한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 경쟁보다는 창작 과정과 잠재력에 무게를 두는 투자의 일종이다.

 민간 영역에서는 두산아트센터가 두각을 나타낸다. 이곳을 거친 작품이라면 ‘믿고 본다’는 인식이 공연계에 자리 잡았다. 메세나(기업의 문화 예술 활동 지원) 차원에서 1993년 건립된 연강홀이 2007년 재개관한 두산아트센터는 ‘두산아트랩’ ‘DAC Artist’(창작자 육성 프로그램) 같은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젊은 예술가들과 호흡하고 있다.

 “예술가들과 끊임없이 좋은 질문을 주고받는 것.” 10년째 두산아트랩을 이끄는 남윤일 PD는 인큐베이팅 철학을 이같이 정의했다. 2010년부터 두산아트랩이 선발한 67개 프로덕션은 작품 72편을 212회 무대에 올렸다. 현재까지 관객 1만1817명이 이들과 만났다. 프로덕션 당 최대 700만 원의 작품개발비를 지원하고 부대 장비, 연습실, 홍보마케팅도 제공한다.

 남 PD는 “거칠고 실험적이지만 고유한 예술언어를 가진 작품을 소개해 왔다”며 “창작자와 기관이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서로에게 동시대적 질문을 던지는 게 인큐베이팅의 성패를 가른다”고 설명했다. 소리꾼 이자람, 연출가 김동연 이경성, 무대디자이너 여신동 등이 두산아트랩을 거쳤다. 올해 6편에 이어 내년 9편의 작품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DAC Artist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예술가를 지원한다. 두 작품 이상 창작해 본 경험자에게 공연제작비를 1억 원까지 제공한다. 올해부터는 대상자 공모를 거친다. 공연 시점은 2022년으로 여유 있게 잡는다. 두산아트센터라는 작은 세계 안에서 창작자가 실험할 수 있는 토양을 단계별로 구축하는 셈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 지원 자격은 만 40세 이하다. 30대가 돼야 자신의 색깔을 갖고 본격적으로 창작물을 내놓는다는 점을 고려했다.

 인큐베이팅의 성공 척도는 지원작이 외부에서 정식 레퍼토리 공연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성공 말고 보이지 않는 보람도 있다. 남 PD는 “실험하고 실패할 수 있다는 두산아트센터 내부 정서가 창의력을 만든다. 인큐베이팅은 더 큰 실패의 가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보람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기윤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