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트럼프 “곧 경제활동 재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시사

트럼프 “곧 경제활동 재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시사

Posted March. 25, 2020 07:44   

Updated March. 25, 2020 07:44

中文

 “미국은 멈춰서는 나라가 아니다. 조만간 경제활동을 재개할 것이다, 매우 빨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취해진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들을 완화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그 방향과 강도, 시기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쟁이 불붙고 있다. 섣부른 통제 완화는 걷잡을 수 없는 코로나19 확산과 치명률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료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밀어붙이기로 경제활동 정상화 시도를 강행할 태세다.

○ 트럼프 “미국 경제 멈추게 할 수 없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이르면 이달 말 사회적 거리 두기 차원의 제한 조치들을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문제 자체보다 치료법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도록 하지는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코로나19 감염 자체에 따른 피해보다 감염을 막기 위해 취한 조치에 따른 피해가 더 크다는 취지다. 그는 “세계 1위인 미국 경제가 멈추게 놔둘 수는 없다” “미국 내 1억6000만 개의 일자리 중 상당수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많은 이들이 경기 불황으로 고통받게 된다”는 등 발언을 쏟아냈다. 언제 제한 조치를 해제할지에 대해선 “3, 4개월보다 훨씬 더 빨리”라고만 밝혔다.

 이는 각 주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강력한 통제 조치들을 이어가고 있는 현실과는 거꾸로 가는 정책 방향이다. 미국 내 확진자 수는 이날 4만3734명으로 전날보다 8664명이나 늘어났다. 버지니아주는 여름방학을 포함한 8월 말까지 모든 학교의 휴교령을 내리는 것은 물론이고 모든 식당과 바, 체육관 같은 공공시설의 운영을 중지시켰다. 미시간, 인디애나, 오리건주 등이 필수 업무가 아니면 집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자택 대피령’ 발령에 속속 동참했고, 사우스캐롤라니아주는 3명 이상의 모임을 금지시켰다. 세계적으로는 15억 명 이상이 격리 상태라고 AFP통신은 추산했다.

○ 거센 찬반 논쟁 불붙어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언해온 의료 전문가들은 통제 완화에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정상화하는 데 안달이 나 있다”고 전했다. 미국 내 감염병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앤서니 파우치 국립보건원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이날 브리핑에 참석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뜻에 반대한다는 간접적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파우치 소장이 (내 의견에)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이해했다”고 답했다. 그는 “의사들은 몇 년간 전 세계를 다 멈추게 하자고 주장하겠지만 우리는 그럴 수 없다”며 전문가들의 의견을 따를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 관련 통제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한 것은 경제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미국 실업률이 2분기(4∼6월)에 30%로 치솟고 국내총생산(GDP)이 50%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건스탠리도 22일 미국 경제가 연율 기준으로 2분기에 30%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 걱정하다가 굶어죽을 판”이라는 말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이끄는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는 이런 경제적 피해를 우려해 지난주 후반부터 통제 완화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효과에 대한 논쟁도 시작됐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는 이날 기명 칼럼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에 반대하는 주장들을 소개하며 “논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이 주장들을 공유한다”고 밝혔다. 존 이오애니디스 스탠퍼드대 메타연구혁신센터 박사는 “코로나19 사망률이 1% 또는 그 미만이라면 엄청난 사회적 금융적 결과를 초래할 세계 폐쇄는 완전히 비이성적”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재무부장관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경제학)는 “혼란의 대부분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초래한 것으로, 정책 대응에 의한 게 아니다”라며 “현 단계에서 이것을 달러 대 생명의 문제로 가져가야 할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 뉴욕=박용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