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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영화 금지했던 사우디, 대중예술 중심지로 변신 선언

상업영화 금지했던 사우디, 대중예술 중심지로 변신 선언

Posted January. 25, 2019 08:04   

Updated January. 25, 2019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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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동 국가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로 꼽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세계 10대 엔터테인먼트 관광지’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다양한 문화공연 및 국제행사, 스포츠 친선 경기 등을 개최해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은 국가로 탈바꿈하겠다는 것이다.

 22일 사우디 현지 언론 아랍뉴스 등에 따르면 투르키 알 셰이크 엔터테인먼트청(GEA) 청장은 “세계 10대 엔터테인먼트 관광지로 변신하기 위해 100여 개 국내외 협력사와 논의 중”이라며 “10년 동안 650억 달러(약 73조380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우디 정부는 라이온 킹, 오페라의 유령 등 유명 공연을 열고, 국제 서커스단이나 스포츠 스타 등을 초청해 기념행사도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온라인 게임, 코미디 쇼 등도 계획 중이며 주요 도시에 대형 박물관 및 공연장을 지을 예정이다.

 사우디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업영화 상영을 허용하지 않았을 정도로 보수적인 국가였다. 지난해 1월 남서부 도시 제다의 한 소극장에서 미국 소니픽처스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이모티’가 상영됐는데 이는 1983년 상업영화 상영을 금지한 이후 35년 만에 처음이었다.

 지난해부터 사우디 정부는 “사우디를 향한 문이 열렸다”며 개혁정책을 선보이고 있다. ‘탈(脫)석유, 경제-산업구조 다각화’를 목표로 내세우며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알 셰이크 청장은 “사우디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수만 또는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수천억 달러의 가치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개혁 정책들이 모두 ‘보여주기식’에 그칠 것이란 비판도 많다. 이달 초 사우디 현지 넷플릭스 사이트에서 ‘패트리엇 액트’라는 코미디쇼가 삭제됐다. 코미디쇼 진행자가 사우디 정부의 예멘 내전 개입, 지난해 10월 터키 이스탄불 사우디아라비아영사관에서 살해된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사건 등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넷플릭스에 항의해 영상을 삭제시킨 것이다.

 또 마흐람(남성 보호자가 여성의 법적 행위를 승인하는 이슬람권의 관습) 제도를 거부한 한 여성이 캐나다로 망명했고, 왕실 비판적인 주장을 펴왔던 인권운동가, 언론인 중 상당수도 여전히 감옥에 있어서 아직 진정한 개혁과는 거리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카이로=서동일특파원 dong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