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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러 核경쟁 우려되는 트럼프의 INF 파기 선언

미•중•러 核경쟁 우려되는 트럼프의 INF 파기 선언

Posted October. 23, 2018 07:23   

Updated October. 23, 2018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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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옛 소련과 체결한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의 파기를 공식선언했다. INF는 1987년 레이건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맺은 조약으로 사거리 500∼5500km인 중·단거리 탄도 및 순항미사일의 생산·실험·배치를 전면 금지시켰다. 이 조약에 따라 1991년 6월까지 미국은 846기, 소련은 1846기의 미사일 시스템을 폐기했다. 그 후 미러의 핵미사일 경쟁을 억제하는 상징적 의미가 컸던 INF를 파기하겠다는 것은 핵 증강 경쟁을 불러 올 위험한 결정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INF 파기 선언은 미국이 마음대로 핵전력 증강에 나서겠다는 의도라기보다는 러시아와 중국을 겨냥한 압박 전략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미국의 미사일방어망(MD) 유럽 배치에 맞서 2000년대 중반 단거리 탄도미사일 이스칸데르 시리즈를 개발하고, 지난해 3월 지상발사형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는 등 INF 위반 논란을 불러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진짜 타깃은 중국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은 INF 조인국이 아니어서 제약 없이 중거리 미사일 개발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해왔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는 태평양함대 사령관 시절 “중국이 INF 조인국이라면 2000개 탄도·순항 미사일 중 95%가 조약 위반 대상일 것“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그러나 설령 러시아와 중국이 미사일 전력을 증강시키고 있다 해도 두 나라를 설득해 INF를 강화하는 쪽으로 이끌어야지, 미국이 먼저 파기해버리는 것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지난해 11월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미국은 INF를 폐기할 계획이 없으며 러시아를 INF 준수로 이끌겠다”고 했는데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뜻을 관철시킨 것으로 보인다. 협정이 마음에 안 들면 무조건 파기한 뒤 힘으로 새 협정을 끌어내려는 트럼프 스타일의 반복이다. INF 파기가 중국을 포함하는 새로운 핵미사일 통제 시스템 구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긴 시간과 노력이 요구될 그 과정에서 지구촌은 강대국들의 핵전력 증강 경쟁이라는 냉전시대의 악순환에 다시 빠져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