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北, 판문점선언 앞세워 韓美첨단 정찰전력 무력화 노린다

北, 판문점선언 앞세워 韓美첨단 정찰전력 무력화 노린다

Posted June. 23, 2018 08:03   

Updated June. 23, 2018 08:03

中文

 북한이 14일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 “군사분계선(MDL) 양측 60km 이내에서는 정찰기 비행 등 상대방에 대한 정찰활동을 하지 말자”고 제안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군사분계선 양측 40km 내에선 군용기를 비행시키지 말자”는 제안도 했다고 한다. 얼핏 최전방 지역의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평화 제안처럼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평화무드를 이용해 정찰능력의 열세를 만회하고 한미 방어 전력을 약화시키겠다는 노림수다.

 정찰 능력은 남북간 군사적 대치상황에서 남측이 절대적 우위에 서 있는 비대칭 전력이다. 북한은 군사분계선 인근과 그 위쪽 40∼90km 이내에 장사정포와 미사일, 병력 등을 촘촘히 배치해 놓고 있지만 미군의 고고도무인정찰기(UAV) 글로벌호크를 비롯해 U-2S 정찰기, 한국군의 RF-16 정찰기, 군단급 UAV 등의 정찰감시전력이 북한군의 일거수일투족을 들여다보고 있다. 반면 북한은 작전능력을 갖춘 정찰기 등 정찰자산이 거의 없다. 군사분계선 인접 작전을 수행할 최신예 전투기도 없다. 그런데 만약 군사분계선 인근에 비행·정찰금지구역이 설정되면 북한은 자신들은 내놓는 것 없이 한미 군의 정찰전력을 걷어내 ‘눈’과 ‘귀’를 가리는 효과를 얻게 된다.

 북한의 제안은 4·27 판문점 선언에 담긴 ‘적대행위 중지’와 ‘비무장지대 평화지대화’의 실천 방안처럼 포장돼 있다. 앞으로도 군사분계선 긴장완화를 명분으로 비슷한 포장의 제안을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 냉전 해체기 북대서양조약기구와 바르샤바조약기구 간의 군축 모델처럼 군사적 대치 밀도가 높은 지역에서 무기와 병력을 들어내는 방식을 군사분계선에도 원용하자고 주장하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남한의 일부 좌파진영도 호응하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군사분계선 대치 상황은 과거 유럽 등의 동서 대치 지역과는 엄연히 다르다. 판문점∼평양은 215km인 반면 판문점∼서울은 불과 62km다. 북한은 군사분계선에서 평양∼원산 라인 사이에 모든 무기·병력의 70% 이상을 집중시켜 놓고 있다. 최전방의 일부 전력을 감축한다고 해도 서울 등 수도권을 기습 공격하는데 별 지장이 없다. 반면 남한은 최전방의 전력이 감축되면 북한의 기습 공격용 전력을 선제적으로 섬멸해 수도권을 방어하는 능력에 심대한 타격을 받게 된다.

 군사분계선 지역의 긴장완화는 장기적으로 반드시 이뤄져야한다. 하지만 그 첫 걸음은 북한의 남한 수도권 기습공격용 전력을 후방으로 돌리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특히 수도권의 2500만 인명과 재산을 인질로 삼고 있는 장사정포는 북한이 그 어떤 논리로도 방어용이라 주장할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이 ‘눈엣 가시’처럼 여기는 한미 정찰 전력을 비롯해 군사분계선 지역의 한미 전력은 기본적으로 방어용이다. 방어 전력은 공격 전력과 동시에 줄여가는 게 아니라, 공격 전력의 실질적인 퇴거 이후에 감축되어야 한다. 북한이 판문점 선언을 앞세워 군사적 이득을 취하려는 낡은 전술적 사고를 버리지 않는다면 김정은의 진정성 자체가 의심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