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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없다면 천국도 싫다”…담배의 해악은 알았을까

“시가 없다면 천국도 싫다”…담배의 해악은 알았을까

Posted June. 11, 2018 08:32   

Updated June. 11, 2018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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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힌두인보다 1000년 앞서 ‘0’의 개념을 고안한 마야족은 제례 때 꼭 담배를 피웠다. 아즈텍족에게 담배는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매개체였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담배를 입어 물어야 인간사에 대해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고백했다. 지크문트 프로이트는 아바나 시가를 피워야 일이 손에 잡히고 감정을 통제할 수 있었다. 마크 트웨인은 “천국에 시가(cigar)가 없다면 가지 않겠다”고 선언할 정도였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에서 유럽으로 들여온 담배는 처음엔 약재로 인식됐다. 이후 담배가 기호품으로 큰 인기를 끌자 유럽의 ‘흙수저’들은 담배를 경작하기 위해 신대륙으로 건너갔다. 미국 버지니아에서 재배되기 시작한 담배는 내륙으로 경작지가 빠르게 확장됐다. 미국의 독립전쟁, 남북전쟁도 담배를 둘러싼 이권 싸움이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

 전쟁터의 지휘관들은 담배가 식량과 총탄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병사들을 죽음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데 담배만한 것이 없었다. 제1차 세계대전을 다룬 에리히 레마르크의 ‘서부전선 이상 없다’에는 “전장에서 담배가 배급될 때, 그것은 곧 공격의 시간이 가까워졌다는 신호였다”는 문장이 있다. 체 게바라는 ‘게릴라 전쟁’에서 “게릴라 전사의 생활에서 평범하면서도 극도로 중요한 위안거리는 흡연이었다”라고 썼다.

 윈스턴 처칠은 비행기로 이동할 때 쓰는 산소마스크를 변형해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구멍을 만들 정도로 골초였다. 지하 벙커의 ‘전쟁 상황실(War Room)’과 침실에는 담배꽁초만 버리는 빨간색 휴지통이 있었고 큰 지도 옆 끈에는 라이터가 달려 있었다. 지도를 보고 전략을 짜며 시가에 빠르게 불을 붙여야 했기 때문이다. 승전 후 처칠은 손가락 사이에 시가를 끼우고 승리를 뜻하는 V자 표시를 했다.

 덩샤오핑, 스탈린, 김정일도 담배 애호가였다. 마오쩌둥(毛澤東)은 1960년 베트남의 호찌민과 화기애애하게 맞담배를 피우며 회담했다. 세계 1위 담배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은 남성의 절반 이상이 흡연한다. 지금도 중국 결혼식에서 담배는 하객을 위한 답례품으로 애용된다. 미국 원주민에게 담뱃대는 평화와 협동을 상징했다. 17세기 미국을 횡단한 프랑스 선교사 자크 카르티에는 원주민에게 담배를 건네면 무기를 내려놓는 것을 본 후 담배를 ‘평화와 전쟁의 신이자 삶과 죽음의 중재자’로 평했다. 미국 정계에서는 ‘비밀 막후 협상’의 결과물을 ‘담배연기 자욱한 방(smoke-filled room)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표현한다.

 술과 담배를 멀리하는 노련한 협상가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누구에게나 버거운 상대다. 더군다나 지구상에서 가장 엄격한 금연 국가인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은 애연가 김정은에게는 더 부담스러울 수 있다. 산스크리트어로 ‘평화’를 의미하는 센토사섬에서 종전이 선언되고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길 기원한다.

지리학자·경인교대 교수


손효림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