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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뒤늦은 후회’

Posted April. 04, 2018 08:17   

Updated April. 04, 2018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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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판용 1일 남측 예술단의 평양공연에서 가수 최진희가 부른 ‘뒤늦은 후회’가 북측에서 불러달라고 직접 요청한 곡이라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화제가 됐다. 김정은 노동단 위원장이 최진희에게 “그 노래를 불러줘서 고맙다”고 인사했다는 것이다. 이 노래는 남매 듀오 ‘현이와 덕이’의 1985년 발표곡이다. 같은 앨범에 수록된 히트곡 ‘너 나 좋아해 나 너 좋아해’에 묻혔던 곡이어서 최진희도 “노래가 뭔지 몰랐고, 왜 내 노래도 아닌 걸 불러야 하는지 몰랐다”고 했다. 이 노래는 3일 발표 33년 만에 한 음원사이트에서 실시간 인기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윤상 방북예술단장은 “북한에서 인기가 많은 곡”이라고 소개했다. 발표 시기나 발표 당시 크게 인기를 얻지 못한 곡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30대인 김 위원장보다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애창곡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정일이 일본 노래 ‘미치즈레(동행)’를 좋아했고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를 자주 불렀다는 것 정도는 알려진 사실이지만 ‘뒤늦은 후회’도 좋아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김 전 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일성 전 주석은 “노래는 혁명 승리의 상징이며 노랫소리가 높아야 나라가 흥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그가 노래하는 모습은 거의 공개되지 않았다. 2015년 북한 조선중앙TV가 그의 생전에 ‘사향가(思鄕歌)’를 부르는 장면을 방송한 것이 거의 유일하다. 1929년 그가 중국에서 만들었다는 노래다.

 ▷김정은의 형 김정철은 잘 알려진 에릭 클랩튼의 팬이지만, 김정은의 음악적 취향이 드러난 적은 없다. 하지만 ‘창밖에 내리는 빗물소리에 마음이 외로워져요, 지금 내 곁에는 아무도 없으니까요’라는 가사에서 아무도 믿을 수 없는 독재자의 고독 같은 것이 느껴진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3대 세습으로 폐쇄된 전체주의 국가를 물려받은 그가 ‘뒤늦은 후회’를 남기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