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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목민관 부임하면 적폐 먼저 뜯어고치라고 해”

“다산, 목민관 부임하면 적폐 먼저 뜯어고치라고 해”

Posted February. 07, 2018 08:42   

Updated February. 07, 2018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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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민관은 상관의 패악한 행정을 상부로 보고해 바로잡아야 한다. 명나라에는 그렇게 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는데, 우리나라는 오로지 체통만 따지느라 상관이 비록 불법을 저질러도 목민관은 감히 한마디도 말하지 못해 백성들의 초췌함이 날로 더해진다.”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76)이 2월 5일 자신의 칼럼 ‘풀어쓰는 다산 이야기’ 998회에서 인용한 다산 정약용의 글이다. 박 이사장은 칼럼에서 “200년 전 다산은 내부자 고발의 정당함이 인정돼야 공직자들의 패악한 행정이 바로잡힌다는 탁월한 견해를 냈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이 2004년부터 14년째 써서 이메일로 독자들에게 보내 온 이 칼럼이 1000회를 앞두고 있다. 그동안 쓴 글을 합치면 200자 원고지로 7000장에 육박한다. 최근 서울 중구 다산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난 박 이사장은 “한 명이라도 읽어준다면 계속 쓴다는 마음으로 썼다”고 말했다.

 칼럼을 쓰는 동안 대통령이 세 번 바뀌었다. 박 이사장은 다산의 사상을 바탕으로 정치인들의 잘못을 꾸짖는 칼럼이 가장 많았다고 했다. 박 이사장 역시 13, 14대 국회의원으로 일하며 친한 정치인도 있지만 비판은 친소를 가리지 않았다.

 그가 칼럼에서 시의적절하게 인용하는 다산의 주장은 송곳 같고, 비수 같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뒤 적당한 후임자를 찾지 못했다며 사퇴한 국무총리를 다시 일하도록 했을 때는 “온 나라에서 훌륭한 인재를 발탁해도 부족할까 두려운데 하물며 8, 9할을 버린단 말입니까”라는 ‘통색의(通塞議)’의 글을 인용해 인사의 지역 편중을 지적했다. 최근 국정 농단 정국에서는 다산이 강조한 ‘범상(犯上·윗사람이 잘못하면 대들라는 것)’ 문제를 들며 정부 여당을 ‘환관과 내시의 정권’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런 칼럼들은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매주 이메일을 받는 이들이 38만 명가량이고, 발송 당일 열어보는 이들만 1만 명이 넘는다. 전재된 글을 읽는 독자는 어림하기도 어렵다.

 “‘내로남불’요? 목민심서에는 자기 잘못을 하급 관료에게 미루거나, 모르면서도 아는 척하는 목민관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습니다. 또 목민관이 부임하면 고을의 대표들을 모아 놓고 고충을 들은 뒤 악습과 적폐 먼저 다 뜯어고치라고 강조합니다. 오늘날도 새겨들어야 할 말입니다.”

 다산이 유배에서 풀려나고 목민심서를 완성한 지 올해 200주년을 맞는다. 박 이사장은 “다산은 문과에 급제하고 지은 시에서 앞으로 ‘공(公)’과 ‘염(廉)’, 곧 공정 공평 청렴으로 벼슬살이를 하겠다고 다짐한다”며 “‘공렴’ 두 글자가 우리 사회의 작동 원리가 되기만 하면 선진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종엽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