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이 연일 위안화 가치 하락을 유도하면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15일 달러 당 6.4559위안으로 2011년 7월 이래 최고치로 올랐다. 세계 경제가 다시 환율 전쟁에 휩싸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17일 새벽 2006년 이후 9년 6개월 만에 금리를 인상하고 유가 하락이 지속되면 글로벌 경제에 삼각 쓰나미가 닥칠 것이라는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대외 경제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데 야당은 구조개혁 법안의 발목을 잡고 정부는 국회만 탓하고 있어 위기에 대처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미국 금리 인상이 임박하면서 14일 국제 금융시장은 긴축 발작 증상을 보였다. 이날 일본 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증시가 급락하고 환율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한바탕 요동쳤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신흥국에서 자본의 대탈출이 일어나면 1997년 동남아에서 시작한 외환위기가 다시 올 수 있다는 불안감이 짙다. 당시 외환위기도 미국이 1994년 금리를 인상한 뒤 발생했다. 다행히 15일 코스피와 코스닥은 반등했지만 최근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가격 하락으로 브라질 러시아 베네수엘라 같은 신흥국들의 경제가 파탄 지경에 이르러 바깥의 상황은 20년 전보다 훨씬 나쁘다.
중국이 위안화 절하에 나선 것은 불확실성을 더 키운다. 중국은 14일 위안화 환율을 달러에 연동하는 대신 주요 13개국 통화를 포함한 통화 바스켓에 연동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위안화의 동반 강세를 막아 수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위안화가 절하되면 한국은 중국 제품과의 가격 경쟁에서 불리해지고 원화가 위안화와 동조 현상을 보일 경우 한국 증권시장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14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회가 경제활성화 법안을 조속히 처리할 것을 촉구하면서 공급과잉으로 침체에 빠진 업종을 사전에 구조조정하지 않으면 전체적으로 큰 위기에 빠지게 되고 그것은 대량실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야당은 내분에 휩싸여 국회와 민생을 내팽개치다 시피 하고 있다. 도대체 노동개혁 5법과 기업활력제고 특별법 처리를 언제까지 외면하겠다는 것인가.
그러나 정부가 국회 탓만 해서는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국회 비협조로 못한다는 핑계는 그만하고 행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제대로 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강대국들이 각자 자국의 이익을 위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전력투구하는 세계 경제의 혼란기에 한국의 정치 리더십은 서로 남 탓만 하고 있으니 앞날이 보이지 않는다. 경제난국을 극복할 최종 책임은 결국 정부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