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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합의 몰디브에서 모히토를

Posted December. 14, 2015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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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가 신()기후체제 합의문인 파리 협정을 채택하고 폐막했다. 210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에 비해 섭씨 2도보다 훨씬 작게 유지하고 1.5도까지 제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지구 평균온도는 산업혁명 이전보다 1도 상승된 상태이므로 앞으로 온도 상승폭을 0.51도에 묶어두겠다는 의미다. 대체 0.51도가 얼마나 대단하기에 화석연료의 종언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걸까.

아침저녁으로 10도 이상 온도차를 경험하는 인간에게 1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지구는 그렇지 않다. 지구 평균온도가 1도 올라가면 만년설이 녹아내리고 홍수와 가뭄이 잦아진다. 2도가 상승하면 거의 지옥이 된다. 온대지방이 사막화하고 바다는 산성화하며 몰디브 같은 섬나라들은 잠겨 버린다. 1.5도 목표가 들어간 것도 수몰 위기에 처한 도서 국가들의 끈질긴 호소 때문이었다.

신기후 체제가 교토의정서와 가장 다른 점은 개발도상국도 온실가스 감축 책임을 지게 된 것이다. 중국과 인도의 태도 변화가 큰 역할을 했다. 각각 온실가스 배출량 1, 3위라는 약점도 작용했지만 양국 모두 기상이변으로 엄청난 피해를 보는 나라들이다. 개도국은 감축 목표 이행에 구속력이 없지만 5년마다 제출하는 보고서가 상당한 압박이 될 것이다.

이번 합의의 공로자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그리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꼽힌다. 오바마 대통령은 주최 측의 거듭된 종료 시그널에도 불구하고 각국 정상에게 주어진 3분 연설 시간을 넘겨가며 14분간 신기후체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파리 테러에도 불구하고 회의를 밀고 나가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임기 중 큰 치적이 없는 반 총장에게 이번 합의는 그간의 부진을 떨쳐버린 한 방이다. 합의 막후에서 중재 노력을 해온 반 총장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들이야말로 몰디브에서 모히토를 한잔하며 자축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