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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에 탈당 애걸하는 문 대표

Posted December. 12, 2015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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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정의의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가 권력에 굴복한 참담한 결과입니다. 정치법정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역사와 양심의 법정에서는 무죄입니다. 8월 20일 대법원이 9억여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유죄 확정 판결을 내렸을 때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밝힌 공식 반응이다. 대법관 13명 전원 일치로 유죄 판결을 했는데도 변호사 출신인 문 대표는 마치 한 전 총리가 억울한 판결이라도 받은 듯이 말했다.

한명숙은 장관 총리에다 야당 대표까지 지낸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총리 재임 시절에 부정한 돈을 받은 죄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도 명색이 제1야당은 서울시장 후보로 추천하고 당대표로도 선출했다. 이러면서 선거 때마다 혁신을 말하니 혁신의 진정성을 믿는 사람이 별로 없다. 문 대표는 불과 얼마 전까지도 재심 청구 운운하며 보통의 법 상식과 동떨어진 발언을 했다. 한 씨 사건은 재심 청구의 요건도 갖추지 못했음을 문 대표가 누구보다도 잘 알 것이다.

문 대표가 8일 한명숙에게 자진 탈당을 요청했다. 그런데 그 표현이 기가 찬다. 결백을 믿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춰 정치적인 거취를 결단해주는 것이 좋겠다고 전했다는 것이다. 결백을 진심으로 믿는다면 탈당한대도 말려야 할 일이 아닌가. 혁신 쇼를 해보려는데 장단 좀 맞춰 달라는 간청 같다. 한명숙은 친노의 상징이다. 폐족() 신세이던 친노를 정치적으로 부활시키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그런 한명숙에 대한 문 대표의 애틋함이 절절히 느껴진다.

한명숙에 대한 탈당 요청은 안철수 의원의 혁신안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해 그의 탈당을 막으려는 것이란 해석도 있다. 반대로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 비노-비주류를 치기 위한 명분 쌓기용이란 추측도 나온다. 다만, 너무 속 들여다보이는 쇼라 재미도, 감동도 없다는 것이 아쉽다. 문 대표가 혁신의 흉내라도 내고 싶었다면 한명숙을 옹호했던 발언을 사과하고 자진 탈당이 아니라 제명의 칼을 빼들었어야 했다.

이 진 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