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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낙태여성 한시적 용서' 교서에...

Posted September. 03, 2015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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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를 한 여성이 진심 어린 속죄와 함께 용서를 구한다면 모든 사제에게 이 낙태의 죄를 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한시적으로 낙태 여성을 용서할 수 있다는 1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서가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교서의 핵심은 자비의 희년()을 맞아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인 올해 12월 8일부터 내년 그리스도 왕 대축일인 11월 20일까지 낙태의 죄를 사할 수 있는 권한을 교구의 최고 고해 사제인 교구장 주교에서 사제들까지로 확대한 것이다. 희년은 가톨릭교회에서 신자들에게 특별한 영적 은혜를 베푸는 해로, 정기 희년은 25년마다 있다. 정기 희년은 2025년이지만 자비의 희년은 이와는 별도로 교황의 권한으로 특별 선포한 것이다.

한국 가톨릭교회의 협의체인 천주교주교회의(주교회의)가 교황 교서와 관련해 2일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교회법상 낙태는 생명을 죽이는 행위로 도덕률의 중대한 위반이며 흉악한 죄악이다. 또 낙태와 관련한 죄는 교회법상 자동 파문으로 제재하도록 돼 있다.

가톨릭계는 이번 교서를 동성애자, 이혼자 등에 대한 교회의 포용을 강조해온 프란치스코 개혁의 연장선으로 여기고 있다. 주교회의 홍보국장인 이정주 신부는 교서와 관련해 교회가 고통받는 이웃을 향해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의 한 성당에 다니는 40대 여성 신자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낙태하는 신자들이 있지만 이런 문제를 교회에서 쉽게 언급하기는 어렵다며 교황께서 신자들의 고민을 먼저 공식화하고, 마음의 짐을 덜어주신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교서는 가톨릭 신자 비율과 역사, 문화 등을 감안해 선교지역 국가로 분류돼 있는 국내보다는 가톨릭 신앙이 보편화한 해외에서 논란의 불씨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에서는 예외를 인정받아 이미 각 교구장들이 사제에게 낙태와 관련한 죄를 용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대전교구 홍보국장인 한광석 신부는 낙태에 대한 죄의식이 부족한 국내 분위기와 달리 가톨릭이 보편화한 국가에서는 생명윤리에 대한 의식이 철저하다며 한시적이지만 이번 교서가 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교황청은 이 교서가 낙태에 대한 가톨릭의 입장 변화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낙태가 지닌 죄의 무게를 축소하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며 자비의 영역을 한시적으로 넓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한 예수회 성직자는 교황의 연민과 자비를 강조하는 정책은 가톨릭의 변화로 여겨진다며 전통주의자들은 환영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표시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