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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휴업은 과잉대응

Posted July. 07, 2015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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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 수가 뚝 떨어지면서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휴업 사태가 어제로 종료됐다. 휴업학교 수가 6월 2일 149곳에서 시작해 12일 2903곳으로 정점을 찍은 직후 꾸준히 감소하다가 어제 제로를 기록했다. 우리 사회가 메르스 충격파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복귀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는 점에선 반가운 신호다.

메르스 휴업은 적절했는가. 현재까지 발생한 메르스 환자 186명 가운데 학교는 물론 지역사회에서 감염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대다수가 응급실을 방문했던 환자와 그 가족이거나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다 감염된 의료진이었다. 환자 중에서도 10대는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던 고교생이 유일했고 이 학생도 감기 비슷한 증세를 보이다가 금세 치유됐다. 아버지를 따라 삼성서울병원에 들렀다 의심환자가 된 경기 성남시의 일곱 살짜리 어린이는 여섯 번에 걸친 검사 결과 최종적으로 음성 판정을 받았다.

메르스 최다 발병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학교 문을 닫은 사례는 없다. 서울에서 열린 2015 세계과학기자대회에 참석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야히아 기자는 학교 폐쇄 같은 정부의 강경 대응이 공포를 부추긴다고 했다. 세계보건기구(WHO) 합동조사단도 메르스 확산과 학교는 연관이 없는 만큼 수업 재개를 강하게 권고했다. 감염은 병원에서 일어나는데 병원은 뚫리고 학교가 문을 닫은 것은 세계적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

호흡기질환이나 감염병이 돌 때는 휴업은 대안이 된다. 2009년 신종 플루 유행 당시 휴업이 신종 플루 확산을 막는 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 다만 이번 경우는 다르다. 지역 전파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진 이후에도 휴업을 계속한 것은 학부모의 불안심리에 편승한 과잉대응이다. 메르스에 감염될까 우려되는가를 묻는 지난주 갤럽 조사에선 그렇다는 응답자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자(56%)가 새누리당 지지자(36%)보다 훨씬 많았다. 이른바 진보 교육감들이 메르스 휴업을 주도한 영향이었을까. 방역에도 정치색이 끼어든 것 같아 뒷맛이 개운치 않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