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결의...삼성 지배구조 개편 이재용 체제 굳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상 핵심 위치에 있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한다. 최근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에 선임되면서 그룹 경영권 승계의 첫발을 내디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도 이번 합병을 통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26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두 회사 간 합병을 결의했다. 제일모직이 1 대 0.35 비율로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방식으로 이뤄지지만 합병법인 명칭은 삼성물산으로 결정됐다. 그룹 모태인 삼성상회(1938년 설립)가 전신인 삼성물산의 상징성을 고려한 결정이다. 삼성그룹은 7월 두 회사 임시 주주총회에서 합병 안건이 통과되면 9월 1일자로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자산규모 39조 원, 연간 매출액 34조 원(지난해 기준)인 건설 및 서비스 회사가 탄생하게 된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하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단순화된다. 현재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삼성전자로 이뤄진 삼성그룹 순환출자 구조가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변하는 것이다.

제일모직 지분 23.2%를 가지고 있는 이 부회장은 자연스럽게 합병법인 삼성물산의 최대주주(16.5%)가 된다.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모두 총괄할 수 있게 된다. 각각 제일모직 지분 7.8%를 보유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도 합병법인 삼성물산 지분 5.5%씩을 갖게 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2.9%)과 이들 3남매를 포함한 총수 일가 지분은 30.4%에 이른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합병을 계기로 실질적 경영 승계 작업이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합병으로 삼성그룹의 사업구조 또한 명확해졌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전자부문, 삼성생명이 주축이 된 금융부문, 건설 상사 패션 리조트 식음료 사업을 영위하는 삼성물산의 건설 및 서비스부문 등 3각 편대로 재편된 것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가는 나란히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제일모직은 직전 거래일(22일)보다 2만4500원 오른 18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물산은 8200원 오른 6만3500원에 마감했다. 두 회사가 제시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인 15만6493원과 5만7234원보다 각각 20.1%, 10.9% 높은 가격이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김지현정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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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昌德 金智賢 鄭任秀記者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