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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과 푸틴의 악수는 신뢰 외교 일까

Posted May. 09, 2015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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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 모스크바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전면적 전략 협력 동반자 관계 심화에 대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다짐한 미국과 일본이 최근 신()밀월시대를 연 것만큼이나 아시아 중시 정책을 펴는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도 최고의 밀월관계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중러 정상회담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과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항의로 미국 영국 등 서방 정상들이 9일의 러시아 제2차대전 승전 70주년 기념 열병식을 보이코트한 가운데 이뤄졌다. 서방의 제재로 경제 위기에 몰린 러시아는 중국에서 활로를 찾으려 하고, 중국도 미일의 대중()압박에 맞서기 위해 러시아의 손을 잡으려는 것이다. 외교에서 적의 적은 친구가 될 수 있다. 러시아는 기술유출을 우려했던 S-400 지대공 미사일을 중국에 판매하기로 최근 결정했고 이달 말 동중국해에서 첫 합동군사훈련을 하는 등 전방위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그렇다고 해서 갈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시 주석의 일대일로( 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구상은 중앙아시아를 뒷마당으로 여기는 러시아의 국가이익과 충돌할 소지가 크다. 지정학적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중러 관계야말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외교라고 하기는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제 주한외교단 리셉션에서 흔히 국제정치란 냉엄한 현실 위에 있기 때문에 국가 이익만이 행동기준이 되어야 한다지만 국제정치와 외교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신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론인 신뢰 외교를 강조한 것이고 외교관들 앞에서 한 덕담이겠지만 최근 실리외교, 실용외교를 강조한 언론에 대한 반론으로도 들린다.

조셉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신뢰를 기반으로 한 한국 정부의 외교정책은 현명하고 잘 고안된 것이지만, 현실적 접근 없이 신뢰만 추구한다면 실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상대국가가 신뢰를 보여주면 한 단계 높은 관계진전이 가능하다는 대통령의 신뢰외교는 한반도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평화구상에서도 한 발짝 나아가지 못하는 상태다. 외교엔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지만 국익은 영원하다. 도덕적 원칙만 강조하다 방향을 잃은 한국 외교가 제자리를 찾으려면 냉철하게 국익과 실리를 챙기는 현실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중러가 정말 서로 좋아서 밀월을 하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