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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선 간디와 처칠의 동상

Posted March. 17, 2015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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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의 두뇌로 불렸던 자크 아탈리 씨를 2007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는 마하트마 간디의 전기와 카를 마르크스의 전기를 책으로 냈다. 두 인물을 비교해 달라고 부탁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마르크스는 서구에서 시작된 자본주의적 세계화의 위험을 간파했던 첫 사상가였고 간디는 서구의 바깥에서, 세계화로 초래된 식민 지배 문제에 비폭력이라는 예상외의 방식으로 응답한 사람이었다. 두 사람은 상호보완적이다.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 맞은편 의회광장에 14일 간디의 동상이 세워졌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제막식에서 이 동상은 세계 정치에서 가장 뛰어난 인물 가운데 한 명에게 바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과거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는 동시대 인물이었던 간디에 대해 영국 변호사 자격을 가진, 반쯤 벌거벗은 선동꾼이 총독청 계단에서 어슬렁거리는 모습이 놀랍고 역겹다고 비하하고 인도의 독립에 반대했다. 이제 처칠과 간디의 동상이 나란히 의회광장에 서 있다.

정작 서구인이었던 마르크스는 세계사적 불평등을 폭력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간디는 그 불평등을 몸소 겪은 식민지 사람이었음에도 비폭력을 들고 나왔다. 간디의 사상은 비슷한 식민 지배를 겪은 우리도 이해하기 힘들다. 다만 간디의 비폭력은 순응과는 거리가 멀다. 그것은 불평등과 싸우기 위해 폭력 이외의 모든 수단을 사용하는 것이고 그 핵심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어제 방송된 일본 NHK와의 인터뷰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대국()적인 미래지향 비전을 강조했다. 전체 맥락에서 본다는 대국은 일본 정치인들이 즐겨 쓰는 말이지만 정작 한중일 관계를 대국적으로 보는 능력이 가장 떨어지는 것이 요새 일본 정치인들이다. 대국은 캐머런 총리가 말한 세계 정치와도 울림이 비슷하다. 간디도 위대하지만 인도와의 양국 관계를 넘어 세계사적 맥락에서 간디를 인정한 영국도 옹졸하지 않다.

송 평 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