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박근혜 정부의 새해는 어제 대통령 신년 회견으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박근혜 정부의 새해는 어제 대통령 신년 회견으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Posted January. 13, 2015 07:13   

中文

박근혜 정부의 새해는 어제 대통령 신년 회견으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년 말 청와대에서 불거져 온 나라를 뒤흔든 정윤회 문건 파동을 마무리 짓고 정상적인 정부로 돌아가기 위해서도 국민은 박 대통령의 새로운 모습을 확인하고 싶어 했다. 박 대통령도 그런 민심을 알기에 그동안 여러 가지 사회를 어지럽혔던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결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며 특히 이번 문건 파동으로 국민 여러분께 허탈함을 드린 데 대해 마음이 무겁고 송구스럽다고 모두() 발언을 통해 사과했을 것이다. 작년에 비해 비교적 자연스럽게 기자들이 국민을 대신해 궁금한 점을 묻고 대통령이 진솔하게 답하는 새로운 형식을 취한 것도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문건 사건을 포함한 현실 인식에서 박 대통령은 국민과 큰 괴리를 드러냈다. 정윤회 문건과 관련해 검찰의 과학적 수사 결과 모든 게 허위이고 조작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문건 유출은 공직자로서 있을 수 없는 잘못된 처신이라는 것이 박 대통령의 인식이다. 과학을 전공한 대통령답다. 하지만 국민의 59%는 검찰의 수사결과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최근 갤럽 조사결과가 있다. 십상시 회동 같은 문건 내용은 허위라고 해도, 대통령이 누구와 국정을 의논하고 인사 추천을 받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폐쇄적 국정운영 스타일 때문에 비선 실세 논란이 사실처럼 퍼져나갔던 것이다.

찌라시 논란을 일으킨 원인 제공자가 박 대통령 자신인데도 대통령은 자신의 스타일을 바꿀 생각은 하지 않고 정말 터무니없는 일로 그렇게 세상이 시끄러웠다는 것은(중략) 우리 사회가 건전하지 못한 거라고 생각한다고 노기()를 띠며 남 탓만 했다. 자신의 문제점을 인식하기는커녕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시킨 셈이다.

다수 여론이 비서실 인적 쇄신을 요구한 것도 그래야 국정 쇄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국면전환용 이벤트성 개각을 좋아하지 않는다지만 인적 쇄신이 있어야 국면 전환도 가능하고 새 국정동력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김기춘 비서실장은 문건 사건 초기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문제를 키운 데다 청와대 기강 해이를 방치했다는 점에서 책임이 무겁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김 실장이 정말 드물게 보는 사심이 없는 분이라고 감쌌고 문고리 권력 3인방으로 불리는 세 비서관에 대해서는 교체할 이유가 없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비서관이 7개월간 청와대에 있는 동안 제대로 해보지도 못한 대통령 대면 접촉을 매일 하는 권력자가 이들이다. 국민은 이들에게 부정이나 비리가 있느냐를 물은 게 아니라 이들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장악하고 인사와 정책 등 국정에 개입하는 등의 권력행위를 우려했다. 그런데도 세 비서관과의 개인적 의리 때문에 국민이 요구하는 인적 쇄신을 않겠다는 것은 대통령의 오기로 비친다.

인사와 관련해 능력 있고 도덕성에도 국민들에게 손가락질 받지 않는 그런 인재를 찾는 데 있어서 저만큼 관심이 많은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한 것도 수긍하기 어렵다. 첫 경제부총리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내에서 비주류였던 현오석을 발탁해 혼선을 빚으며 경제 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친 데는 대통령의 잘못된 인사 탓이 컸다.

국민이 가장 목말라하는 소통에 대해 박 대통령은 각계각층 국민을 많이 초청해서 활발히 했다며 장관들은 충분한 권한과 책임을 갖고 필요할 때면 언제든 대면보고의 기회를 갖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잘하고 있다면 왜 다르게 국민에게 알려지고 있는지 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박 대통령이 신설하겠다고 밝힌 부문별 특보는 소통 부재에 대한 나름의 보완적 역할을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도 잘하고 있다는 대통령의 근본적 생각이 변하지 않는 한 특보직은 그저 자리 몇 개 더 늘리는 데 그칠 공산이 크다. 더욱이 총리와 장관, 수석비서관 등 계선조직 인사들조차 대통령과 수시로 대면하기 쉽지 않은 구조에서 특보가 문고리 권력을 넘어 자유롭게 대통령과 소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어제 신년 회견은 아무리 여론이 빗발친대도 박 대통령의 불통 스타일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시켰고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대통령은 모든 것을 다 잘하고 있는데 언론과 국민이 잘못 알고 있다는 데 동의할 국민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박 대통령은 남은 3년간 하고픈 일과 자신의 사명에 대한 질문에 경제부흥과 평화통일의 기반을 다지는 일이라고 답했다. 국민은 대통령의 소통방식 국정운영 방식을 바꿨으면 좋겠다는데, 대통령이 이를 문제점으로 인식하지 못했으니 나라를 위해 불행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