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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 시한내 처리... 12년만에 법지킨 국회

예산안 시한내 처리... 12년만에 법지킨 국회

Posted December. 03, 2014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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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인 2일 국회는 하루 종일 급박하게 돌아갔다. 이날 밤 12시까지 여야가 합의한 예산안 수정동의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정부 원안이 그대로 통과될 수 있는 만큼 여야는 물밑에서 치열한 협상을 벌였다.

애초 본회의는 오후 2시경 열릴 예정이었지만 오전 여야 원내대표 간 회동이 오후까지 이어지면서 오후 5시가 넘어서야 겨우 열렸다. 본회의 시작 이후에도 여야 의원 30여 명이 담뱃값 인상 반대를 비롯해 세입예산 부수법안에 대한 의견을 쏟아내 예산안 처리까지 험난한 과정이 이어졌다.

예산부수법안 막판 쟁점으로 진통

여야는 2015년도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 마지막 날인 2일 예산부수법안 처리 문제를 놓고 진통을 겪었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11시 15분경 새정치연합 원내대표실에서 양당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간의 2+2 협상을 갖고 예산안 처리를 위한 절충에 나섰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주도한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기업소득 환류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 근로소득 증대세제)와 가업상속공제 확대를 골자로 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 등을 놓고 여야는 팽팽한 입장차를 보였다.

정부 원안 통과를 고수하는 여당과 달리, 야당은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 가운데 배당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세율을 14%에서 9%로 인하하는 내용을 재벌 총수만을 위한 감세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또 3000억 원 이하, 10년 이상 계속 경영한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가업상속공제 적용 요건을 5000억 원 이하, 5년 이상 계속 경영한 중소4중견 기업으로 완화하는 내용에 대해서도 부자감세라며 반발했다. 결국 2시간여에 걸친 1차 회동은 결렬됐다.

양당 원내대표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들과 논의사항을 정리한 뒤 오후 2시 30분경 다시 새정치연합 원내대표실에서 2차 회동을 열고나서야 본회의를 열 수 있었다.

12년 만에 헌법 지킨 국회

세입예산 부수법안으로 지정된 세법 개정안을 둘러싼 팽팽한 기싸움 끝에 여야는 정부 원안대로 처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대신 담배갑 포장지에 흡연경고그림을 넣는 규정은 예산과 상관없다는 지적에 따라 여야가 추후 논의키로 하고 2000원을 인상하는 원안을 통과시켰다. 다만 물가와 연동해 가격을 인상하는 내용은 빼기로 했다.

여기에 더해 애초 부수법안으로 지정된 소득세법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월세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고 공제 대상을 확대해 서민경제 부담을 줄여나가기로 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마련해 통과시켰다. 이밖에도 신용카드 등 사용금액에 대해 소득공제 일몰기한을 2년 연장하기로 합의해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체크카드와 현금영수증 소득공제율은 한시적으로 인상하기로 했고, 대기업의 연구개발(R&D) 비용 세액공제율을 인하하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경기 부양 슈퍼 예산 통과

정부가 내년도 경기부양을 위해 편성키로 했던 376조 원의 슈퍼 예산은 사실상 거의 그대로 통과됐다. 이날 국회는 애초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보다 5800억 원 줄어든 375조4200억 원 규모의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 중인 주요 사업에 대한 예산은 대체로 원안대로 반영됐지만 방산비리 논란이 불거진 방위사업청 예산에 대해 국회는 2000억 원 규모를 감액했다. 앞서 국회 국방위원회는 무기개발과 구매 등 방사청 예산을 애초 정부 예산보다 1000억 원 증액하는 방향으로 의결했었다.

이밖에도 4대강 관련 사업 예산과 해외 에너지 사업 역시 이른바 야당의 4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비리) 국정조사 요구와 맞물려 약 3000억 원 가량 삭감됐다.

예산정국 막판 여야가 진통을 겪었던 누리과정 예산 지원은 4700억 원을 국고에서 우회지원하는 방향으로 정해졌다. 애초 교육부는 순증액 예산이 5233억 원에 이른다고 분석했지만 불용액 500억 원이 이월되는 점을 고려했고, 지방채 발행에 대한 이자 약 6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강경석 coolup@donga.com손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