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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적 국회 특권부터 버리고 개헌 논의하라

제왕적 국회 특권부터 버리고 개헌 논의하라

Posted October. 07, 2014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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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벌어지는 개헌 논의 움직임에 대해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장기간 표류하던 국회가 정상화돼 민생법안에 주력해야 하는데 개헌 논의 등 다른 곳으로 국가역량을 분산시킬 경우 또 다른 경제의 블랙홀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헌법이 시대정신을 반영하지 못하고 민심과 동떨어져 있다면 얼마든지 개정을 논의할 수 있다. 대통령이라 해서 그 싹까지 자를 권한은 없다고 우리는 본다.

현행 헌법은 1987년 장기독재를 막아야 한다는 국민 여망에 따라 대통령직선 단임제를 골자로 하고 있지만 이제는 분권과 협치() 등 새로운 가치를 담는 개헌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요컨대 제왕적 대통령제로 불리는 현행 대통령제를 손질해야 한다는 게 개헌론의 요지다. 2009년 국회의장 직속 헌법연구자문위는 이원정부제와 4년 중임 정부통령제 복수안을 담은 개헌안 연구보고서를 채택했고, 이번 국회에서도 150여명의 의원들이 개헌추진 모임을 구성해 토론회 등을 열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 사이에선 경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개헌논의가 전면화 될 경우 국정이 마비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국회로 대통령의 권력을 떼어주는 방향에 대해서도 제왕적 대통령보다 제왕적 국회 권력이 더 심하다는 여론이 최근에 높아졌다. 국가 리더를 내손으로 뽑는 직선제에 대한 애착도 여전하다. 더욱이 개헌은 대통령의 발의-국회 재적 3분의2이상 찬성-국민투표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세월호 특별법 하나만 놓고도 국정이 마비되는 상황이다. 개헌에 대한 국민의 집약된 공감대가 없는 상황에서 전면적 개헌 논의를 시작했다가는 나라가 극심한 갈등과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개헌을 논하고 제왕적 대통령제를 탓하기 전에, 온갖 특권을 누리며 입법기관으로서의 직분 수행에는 무능하고 무책임했던 국회부터 바꿔나가야 한다. 국회의원의 특권포기, 공천개혁부터 당장 실천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쌓는다면, 개헌이 정치인들만을 위한 권력놀음이 아니라 국리민복을 위한 대개혁임을 국민에게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개헌을 공약하고 국민의 선택을 받는 것이 합리적인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