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김수창 제주지검장, 잘못 없다면 왜 신분 속였나

김수창 제주지검장, 잘못 없다면 왜 신분 속였나

Posted August. 18, 2014 04:32   

中文

김수창 제주지검장이 지난 12일 밤 제주시 중앙로 제주소방서 인근 한 분식점 앞에서 성기를 꺼내 음란한 행위를 한 혐의로 체포돼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김 지검장은 경찰 조사를 받을 때 신분을 숨기기 위해 동생 이름을 댔다. 지문 조회 결과 다른 사람의 이름을 댄 사실이 들통 나자 뒤늦게 본인 이름을 댔지만 신분은 끝내 숨겼다. 김 지검장은 혐의 사실도 부인했다. 김 지검장이 떳떳했다면 경찰이 알아낼 때까지 신분을 숨긴 것은 석연찮은 행동이다.

김 지검장은 음란 행위를 한 사람과 옷차림이 비슷한 자신을 경찰이 오인해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신고한 여고생이 음란 행위를 한 사람을 김 지검장으로 지목했지만 아직 단정하기 힘들다. 이 여고생도 인상 착의가 비슷하다고만 말했다. 경찰은 분식점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해 분석 중이지만 영상이 흐릿해 음란행위자로 지목된 사람인지 아닌지는 좀더 정밀 분석을 해봐야 할 것이다.

혐의 내용의 사실여부와 별도로 그가 경찰에서 보인 행태는 문제가 있다. 경찰 조사과정에서 동생 이름을 댄 것은 일종의 수사방해 행위로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무겁게 처벌하는 범죄에 해당한다. 그가 검경 갈등 등을 감안한 듯 검찰 조직에 누가 될 수 있어 그랬다고 해명했지만 혐의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면 누가 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신분을 숨김으로써 뭔가 구린 게 있지 않느냐 하는 의심이 들 수 있다. 검찰은 대검 감찰본부장을 제주로 보내 확인 조사를 했다. 하지만 경찰이 수사 중인 사안인 만큼 감찰 조사는 나중에 하는 게 맞다.

검사로 임관된 지 21년이나 된 고위 간부가 무고하게 체포됐다면 당연히 신분을 밝혔어야 했다. 검사장이 아닌 평검사도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됐다가 11시간 만에 풀려난 경우는 과문한 탓인지 듣지 못했다. 그는 만취한 상태도 아니었다고 한다. 김 지검장의 혐의에 대해서는 공정하고 투명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법무부와 검찰은 김 지검장에 대해 수사가 무리 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주지검장 직위에서 일단 물러나게 해야 한다. 경찰이 제주지검의 수사지휘를 받는 판에 그가 제주지검장으로 있으면 수사도 위축될 수 있고 어떤 결과가 나와도 국민이 수긍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