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여중생 악마 패밀리

Posted August. 06, 2014 03:38   

中文

청소년판 악마를 보았다라는 말이 나온다. 윤 일병 사건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들끓는 판에 이번엔 김해 지역의 여고생 살해 사건이 상상을 절한다. 집을 나와 함께 살던 여고생을 여중생들이 잔인하게 살해하고, 범행 은폐를 위해 시신까지 훼손했다. 범행수법도 잔혹하지만 가해자들의 나이가 열다섯 살에 불과하다는 점은 더 놀랍다. 우리 사회의 타락을 보여주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 사회 극히 일각의 극단적인 단면인지 궁금하다.

여고에 갓 입학한 윤모 양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알게 된 20대 남성의 꾐에 가출한 것이 3월 15일. 이후 윤 양의 행적은 가출 청소년들이 겪는 일반적 행로를 따라간다. 처음엔 자신에게 잘해주는 남자와 지내다 본색을 드러낸 남자의 강요로 성매매를 하게 된다. 윤 양 아버지의 가출신고를 눈치챈 가해자들은 윤 양을 2주 만에 집에 돌려보냈지만 다시 집에서 빼냈다. 그때 윤 양이 가출하는 대신 가족이나 학교 경찰 아니면 누군가에게라도 도움을 청할 곳이 없었는지 안타깝다.

집 나온 청소년들은 혼자서 숙식을 해결할 수 없어 같은 처지의 청소년들이 모인 가출 패밀리(가출 팸)에 합류하게 된다. 가출 팸도 일종의 가족이므로 방값 생활비, 여기에 유흥비까지 필요하다.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이들이 쉽게 하는 일이 SNS를 통한 성매매다. 가출 팸이 강도 절도 성매매 등 10대 범죄의 온상이 되는 이유다. 이번 사건은 20대 남성들이 여학생에게 접근해 가출을 유도하고, 여학생들은 서로 싸우고 감시해 팸을 이탈하지 못하도록 한 점에서 더 악랄하다.

범행을 주도한 성인 남자들은 물론이고 여중생들도 엄벌해야 마땅하다. 남자들의 협박과 강요로 범행에 가담한 여중생들에게 일부 동정론이 나오지만 열다섯 살은 그런 잔혹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까지 모르진 않는 나이다. 그래도 어른들의 마음이 결코 편안할 수가 없다. 아이들의 보금자리가 돼주지 못한 가정, 울타리의 기능을 상실한 학교, 성매매를 하는 사회가 이런 어린 괴물들을 키워냈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