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지금 왜 이걸 하고 있지.. 매일 스스로 질문 던져라

지금 왜 이걸 하고 있지.. 매일 스스로 질문 던져라

Posted July. 12, 2014 03:03   

中文

이 책은 쉽지 않다. 문장 하나를 이해하려면 여러 번 돌이켜 읽어야 할 대목이 적지 않다. 평소 철학적 용어와 사고의 흐름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버드대 철학교수인 저자가 26개의 주제에 대해 자유로운 철학적 사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데는 끈기가 필요하다. 한 문장씩 곱씹어가며 찬찬히 저자의 사유를 따라가면 슬슬 책 내용이 머릿속으로 하나씩 들어온다. 글 흐름에 익숙해지면 처음처럼 어렵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저자가 던진 26개의 질문은 단순하지만 우리의 삶을 관통한다. 사변적 질문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질문들이다. 그렇지만 답을 얻기 어려워 쉽게 포기해왔던 질문들이다.

(인생에서) 왜 행복만 중요한 것이 아닐까라는 질문에 어떻게 답하겠는가.

이를 위해선 인생에서 행복이 유일한 가치인지, 행복은 어떤 상태를 의미하는지, 행복한 상황이 실현될 때가 진짜 행복한 것인지, 아니면 행복이 실현되기를 기다릴 때가 더 행복한 것인지, 행복의 기준을 낮추면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행복해지는 것인지, 항상 행복한 것은 과연 행복한 것인지 등 수많은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저자도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해 행복의 이모저모를 추적해간다.

저자의 결론은 이렇다. 우리는 매 순간 행복하기를 소망한다고 하지만 우리가 그런 순간들을 끊임없이 원하는지, 우리 삶이 그런 순간들로만 가득 차기를 원하는지는 분명치 않다. 우리가 원하는 건 행복 그 자체가 아니라 행복과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삶, 그리고 그런 자아다.

저자의 결론에 동의하느냐 안 하느냐는 읽는 사람의 자유다. 하지만 그의 사색의 궤적을 좇아가다 보면 자기 자신의 사색을 위한 실마리를 풀어낼 수 있다.

저자의 질문은 끝이 없다. 개인이 부와 권력에 집착하는 것은 무엇이 문제인가, 신은 왜 악의 존재를 허락했는지 신자들은 설명할 수 있는가, 사랑이 개인을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특별히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이 지혜이고 철학자들은 왜 지혜를 사랑하는가,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질문의 분류를 26개로 했을 뿐이지 각각의 분류 안에는 질문들이 계속 가지를 치며 수백 개를 만들어낸다. 모호하거나 하나마나한 결론을 내리는 대신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사색의 범위를 최대한 확장시켜 그만의 결론을 확실하게 제시하는 것도 이 책의 미덕이다.

로버트 노직은 30세에 하버드대 철학과 정교수가 됐으며 1998년 전미심리학회는 그에게 회장상을 수여하면서 현존하는 가장 뛰어나고 독창적인 철학자 중 한 명이라고 칭찬했다.

그는 정의 경제적 평등보다는 소유할 수 있는 자유를 주장하며 자유주의 사상의 황금기를 만들었고 현실 세계에선 미국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영국 마거릿 대처 총리의 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평가는 이 책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이 책의 원 제목은 The Examined Life다. 직역하면 성찰되는 삶 정도일 것이다. 성찰되지 않는 삶은 가치가 없다는 소크라테스의 말에 저자는 너무 가혹하다며 100%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깊이 있는 사고를 통해 삶을 이끌 때 우리는 남의 삶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살게 된다며 성찰되지 않는 삶은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