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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시즌 왔는데 고민 깊어진 주류업계

Posted April. 29, 2014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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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인한 추모 분위기 속에 주류업계가 맥주 홍보 재개 시기를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따듯한 날씨에 야외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본격적인 맥주 시즌이 돌아왔지만 현재 모든 홍보 일정을 취소연기한 상태다. 주류업계는 5월의 각종 축제와 6월 브라질 월드컵으로 이어지는 성수기를 놓칠 것을 우려하는 눈치다.

오비맥주는 3월 말부터 2주 정도 틀다 이번 사고와 함께 방영을 중단한 카스 TV 광고를 완전 폐기하기로 했다. 나중에라도 다시 내보내지 않기로 한 것이다. 슬라이딩이란 제목의 이 광고는 배우 지창욱이 잔을 기울여 맥주를 들이켤 때 세상도 함께 기울어지는 특수효과를 동원했다.

하지만 배가 기울며 침몰한 세월호를 연상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바로 방영을 중단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이번 TV 광고는 5월 말까지는 쓰려는 계획이었지만 공교롭게도 침몰 사고와 겹쳐 도저히 쓸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또 이달 초 세계 최대 맥주회사 안호이저부시 인베브(AB인베브)가 오비맥주를 인수하면서 카스가 브라질 월드컵 공식 맥주 스폰서가 됐지만 이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월드컵이 열리는 시기에 광고 등 마케팅 활동에 들어갈 생각이지만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두 달 가까이 진행한 맥주 대통령 캠페인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이 캠페인은 배우 하정우와 가수 지드래곤이 각각 이 회사 제품 맥스와 드라이d를 홍보하며 온라인오프라인에서 선호 제품에 대한 투표를 진행하는 행사였다. 원래 28일 투표 마감 뒤 참가자에게 사은품을 보내고 이긴 맥주에 대한 할인 행사 등을 실시할 계획이었지만 일단 이벤트를 중단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이대로 조용히 끝내야 할지, 나중에라도 계획했던 행사를 하고 마무리 지어야 할지 판단이 안 서고 있다고 말했다. 한 달 전 내놓은 뉴 하이트 홍보 차질도 걱정이다. 기존 제품에서 맛과 디자인 등을 대대적으로 바꾸고 배우 현빈을 모델로 광고를 제작했지만 광고를 중단했다.

맥주 시장에 처음 진출한 롯데주류는 새 브랜드를 홍보하지 못하고 있어 조바심이 난다. 롯데주류는 22일 야심 차게 준비한 신제품 클라우드를 조용히 내놨다. 제품 마케팅은 모두 취소했다. 배우 전지현을 내세운 광고도 방영 시기를 아직 잡지 못했다. 회사 관계자는 출시 초기 마케팅을 집중해 인지도를 높이려 했지만 추모 분위기에 맞춰 모든 계획을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각 주류업체는 홍보 재개를 놓고 속을 태우며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6월 월드컵과 9월 인천 아시아경기 특수를 노려 앞다퉈 신제품을 내놓고 다양한 홍보 수단을 마련한 상태라 마냥 미룰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인 매출 감소는 별로 걱정되지 않지만 각사의 브랜드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