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운전 은퇴의 적정 나이는

Posted March. 22, 2014 08:49   

中文

삼성 이건희 회장의 맏딸인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의 미담()이 인터넷에서 화제다. 모범택시 기사 홍모 씨(82)가 호텔 회전문을 들이받아 손님이 다치고 문은 크게 망가졌다. 4억 원이 넘는 피해배상금을 물어야 할 처지였는데 운전자 형편을 알게 된 이 사장이 변상 의무를 몽땅 면제해줬다. 그 통 큰 배려도 놀랍지만 일부에선 팔순의 택시 기사가 있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는 반응이다.

고령 운전면허 보유자가 2005년 87만5000명에서 2010년 106만2000명으로 갈수록 늘고 있다. 여성 운전자를 김 여사로 싸잡아 폄훼하듯 핸들 잡은 노인을 죄다 요주의 운전자 취급하면 노인 차별일 것이다. 미국에선 19461965년생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이 되면 교통안전에 큰 위협이 될 것이란 과거의 우려가 틀렸음을 입증하는 자료도 나왔다. 요즘 노인 운전자들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더 건강해진 데다 자동차 안전 시스템이 진화돼 20년 전의 같은 연령대 운전자보다 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적다는 연구도 있다.

그래도 세월 이기는 장사는 없다. 나이가 들면 청력과 시력은 물론이고 유연성과 민첩성이 부족해져 돌발 상황 대처능력도 떨어진다. 급가속 급정지 등 나쁜 운전습관이 일상화된 우리 도로에선 위험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보다 앞서 대책을 마련한 뉴질랜드에선 80세가 되면 운전면허가 말소되고 2년마다 시험을 다시 보게 한다. 영국에선 70세가 넘으면 3년마다 의사 의견을 첨부해야 면허 갱신이 가능하다.

다른 운전자들이 너무 빨리 운전하는 것 같다, 도로 표지판을 보고 반응하는 데 오래 걸린다, 가속 페달에서 브레이크, 브레이크에서 가속 페달로 바꾸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미국인들이 운전 은퇴를 고민할 때 참고하는 문항들이다. 노인 기사가 모는 차를 타면 불안해진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자가 운전도 그렇지만 대중교통 운전은 다른 사람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돼 있다. 나이와 신체 변화에 따른 면허 갱신 같은 규제는 필요할 것 같다.

고 미 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