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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황제 안현수의 금, 좌절 모르는 투혼의 승리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의 금, 좌절 모르는 투혼의 승리

Posted February. 17, 2014 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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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름 안현수, 러시아 이름 빅토르 안. 15일 소치 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에 출전한 그는 1위로 결승전을 통과한 뒤 차디찬 얼음에 엎드려 입을 맞췄다. 그의 빙판 키스에 러시아 관객들은 환호성을 질렀으나 중계를 지켜보던 많은 한국인들의 가슴은 먹먹해졌다. 태극마크를 달고 토리노 올림픽 3관왕을 차지한 지 8년 만에 러시아 선수로 금메달을 목에 걸기까지. 안 선수가 사랑하는 빙판은 그 험난한 여정과 마음고생을 외면하지 않았다. 겨울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그는 두 나라 국적으로 모두 금메달을 거머쥐는 업적을 달성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공식 페이스북에도 안 선수가 등장했다. 그는 러시아에서 사상 최초의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로 일약 영웅으로 떠올랐다.

키 170cm, 몸무게 65kg. 그는 다른 선수에 비해 왜소한 체격과 선수로선 전성기를 넘긴 29세의 나이에 토리노에 이어 소치에서도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고 빛나는 결실을 거뒀다. 16세에 세계주니어선수권 우승을 차지한 그는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3개의 금메달과 1개의 동메달을 따내 쇼트트랙의 황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2년 앞둔 시점에서 무릎 부상과 소속팀 성남시청이 해체되는 시련이 연이어 닥쳤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해 선수생활을 접을 위기를 맞았던 그는 2011년 낯설고 물선 러시아로 귀화했다. 좋아하는 운동을 계속하기 위해, 올림픽 무대에 다시 한번 서기 위해 선택한 길이었다. 그는 1500m 동메달에 이어 금메달을 획득해 물심양면 지원으로 재기를 도운 러시아에 보답했다.

그의 귀화는 박근혜 대통령의 업무보고에서도 거론될 만큼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부각됐다. 한국 빙상계 파벌싸움의 희생양인지 자신의 꿈을 위해 국적을 바꾸었는지, 귀화에 얽힌 오해와 진실은 가려져야 하겠으나 국적 문제에 지나치게 집착할 필요는 없다. 국내에서도 올림픽 메달의 수상 기회를 넓히고 한국 선수의 경기력 향상을 돕기 위해 캐나다 출신 아이스하키 선수와 중국의 쇼트트랙 선수 등이 영입돼 활동하고 있다. 우리 국민은 러시아 유니폼을 입은 안 선수에게 열띤 성원을 보내고 있다.

그는 피나는 노력으로 부상을 딛고 남들보다 더 빠르게 달렸고 기술적으로 원숙한 기량을 보여주었다. 태풍처럼 몰아친 시련 앞에서 좌절하지 않은 투혼()의 승리다. 쇼트트랙 황제의 재기에 큰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