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알수록 더 힘든 것 같아요.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간판스타 이승훈(26대한항공)은 지난달 프랑스로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 스피드스케이팅에 대해 잘 몰랐을 때가 더 좋았다고 말했다. 이승훈은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지 7개월 만인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 은메달과 1만m 금메달을 덜컥 목에 걸었다. 두려울 게 없었던 당시와 달리 4년을 준비한 이번 대회가 오히려 쉽지 않게 느껴졌다. 이런 걱정은 현실이 됐다.
이승훈은 8일 아들레르아레나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에서 6분25초61의 기록으로 12위에 머물렀다. 금메달은 6분10초76의 올림픽 신기록을 작성한 네덜란드의 스벤 크라머르가 차지했다. 이승훈의 기록은 크라머르에게 14초85나 뒤졌고 자신의 최고기록인 6분7초04보다 18초 이상 모자랐다.
이승훈은 경기 전만 해도 금메달은 힘들더라도 메달권 진입이 예상됐다. 가장 마지막 조인 13조로 나선 이승훈은 레이스 초반 안정된 운영을 보였지만 중반 이후 자신의 장기인 막판 스퍼트를 발휘하지 못하며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이승훈도 경기 뒤 실망한 듯 죄송하다는 말만 남기고 경기장을 떠났다.
전문가들은 이승훈의 부진은 심리적인 압박감을 떨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제갈성렬 전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코치는 앞서 경기를 가진 크라머르의 기록을 지켜본 이승훈이 심리적인 압박감을 느낀 것 같다. 긴장하다 보니 자신이 준비해 온 레이스 운영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밴쿠버 올림픽 때처럼 한국 선수단의 첫 메달 물꼬를 트지 못했지만 국민들은 비난 대신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특히 1만m와 팀 추월 경기가 남아 있는 만큼 아직 이승훈의 메달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승훈의 못다 이룬 메달 도전은 10일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 출전하는 모태범(25대한항공)에게 넘어갔다. 케빈 크로켓 대표팀 코치는 9일 훈련을 마친 뒤 모든 준비는 완벽하다. 단언컨대 모태범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단거리 선수다라며 금메달 획득을 낙관했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