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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산업 좌파의 자기모순

Posted February. 10, 2014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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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복합영화상영관 CJ CGV는 계열사인 CJ E&M이 투자 배급한 집으로 가는 길을 극장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경쟁사인 N.E.W가 투자한 변호인을 걸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내린 결정이었다. 집으로 가는 길도 185만 관객을 끈 흥행작이지만 변호인의 폭발적 관객동원 실적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N.E.W는 이 영화 덕분에 작년 12월 29일 CJ E&M을 누르고 한국영화 연간 흥행 1위에 올랐다. 순수 영화자본이 대기업을 배후에 둔 거대자본을 누른 사건이었다.

세상에 영화만큼 국경의 장벽이 낮은 산업도 없다. 전 세계에서 자국영화 점유율이 50%가 넘는 나라는 미국 인도 중국 일본 한국 등 5개국뿐이라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조치에 항의해 영화인들이 극장에 뱀을 푼 것이 2006년 초다. 할리우드와 경쟁할 자본이나 시장을 갖춘 것도 아니고, 나라 전체가 영화에 올인한 것도 아닌데 몇 년 만에 이런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사실은 놀랍고 대견하다.

한국 영화산업 성장의 가장 큰 요인은 경쟁을 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하나를 든다면 복합영화상영관의 확산이다. 한 극장에 여러 영화를 거는 멀티플렉스 이후 관객들은 맘 편하게 극장을 찾았다. 그 덕분에 CJ, 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 등 수백억 원을 지를 수 있는 자본도 형성됐다. 하지만 아직도 국내 시장을 지키는 정도이고 미국의 디즈니, 중국의 완다 등과 경쟁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문화시장에서도 국제경쟁력을 가진 기업이 필요하다.

문화는 현실 고발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다른 나라에서도 대부분 진보 성향이 주류를 이룬다. 문화산업 중 가장 자본주의적이라는 영화에서도 좌파의 입김이 드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오래전부터 불공정 내부거래가 없는 한 수직계열화는 문제 삼지 않겠다는 방침이 확고하다. 하지만 영화계에서는 투자-배급-상영을 아우르는 수직계열화를 규제하자는 좌파의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 대외경쟁력을 생각하면 영화자본의 몸집 키우기가 시급한데도 말이다.

허 승 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