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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국기 못 들지만난 인도국민의 대표"

"인도국기 못 들지만난 인도국민의 대표"

Posted February. 08, 2014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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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소치 겨울올림픽 남자 루지에 출전한 인도의 시바 케샤반(33). 그는 17세 때인 1998년 나가노 대회를 통해 올림픽에 데뷔한 뒤 이번 대회까지 5회 연속 출전하고 있다.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25위 이내에 든 적도 없었으며 보통 30위 안팎을 맴돌았을 뿐 메달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도 겨울스포츠의 변방으로 알려진 인도를 대표한다는 자부심만큼은 컸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 그는 나라 잃은 설움 같은 걸 곱씹게 됐다. 올림픽 기간 케샤반의 공식 신분은 인도 대표 선수가 아니라 올림픽 독립 선수(an Independent Olympic Athlete)다. 소치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에 소개된 아시아에서 출전한 18개 국가 가운데 인도는 없다. 7일(현지 시간) 개막식에서 그는 스키 종목에 나서는 인도 출신 동료 2명과 함께 자국의 국기 대신 오륜기를 앞세워 입장했다. 가능성이 희박하긴 하지만 만약 메달을 딴다고 해도 시상식에는 오륜기가 올라가며 금메달을 차지해도 인도 국가가 아닌 올림픽 찬가가 연주된다.

이 같은 조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12년 12월 인도올림픽위원회(IOA)의 회원 자격을 박탈했기 때문이었다. IOA의 집행부 선거 과정에서 부패 연루 인사가 선출됐으며 정부의 부당한 간섭이 있었다는 게 징계 사유였다. 정치와 스포츠의 엄격한 분리 원칙을 위반했다는 것. IOC는 소치올림픽 개막 전까지 재선거를 치를 경우 징계를 풀어주기로 했지만 IOA는 그 날짜를 9일로 잡아 사태 해결은 무산됐다. 케샤반은 인도를 대표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실망스럽고 부끄럽다. 그래도 인도 국민을 대표한다는 각오로 나서겠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인도인들의 성원은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인도에 루지 훈련장이 없기에 케샤반은 산악 도로에서 바퀴 달린 썰매를 타기도 했다. 2002년 이탈리아 대표 제안을 받기도 했으나 나는 인도인이라며 거절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미국 대표팀의 지원을 받았다. 케샤반과 그의 부인은 요가를 가르쳐주며 훈련경비를 충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