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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앙코르와트 유적서 외화벌이

Posted January. 08, 201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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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세계적 관광명소인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유적지에 1500만 달러(약 160억 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만든 문화역사박물관이 곧 개관할 것으로 전해졌다.

6일 영국 인디펜던트는 캄보디아 프놈펜포스트를 인용해 북한이 앙코르와트 유적군()이 있는 캄보디아의 관광도시 시엠레아프 시내에 그랜드파노라마 박물관을 건축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북한은 그랜드파노라마 박물관을 캄보디아에 기증하는 조건으로 10년간 운영권을 확보해 입장료 수입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만수대창작사 주도로 만들어진 이 박물관은 북한이 해외에서 벌인 건설사업으로는 가장 규모가 크다. 박물관에는 815세기에 꽃핀 크메르 제국 시대의 일상생활과 문화, 역사를 보여주는 가로 120m, 높이 13m 크기의 대형 벽화가 설치됐다. 백두산 풍경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가의 그림도 전시됐다. 3차원(D) 영화관과 VIP룸도 갖추고 있다. 인디펜던트가 공사현장에서 만난 북한 관계자는 만수대창작사 소속 예술가 50여 명이 직접 내부 벽화를 그리고 조각품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경제난이 심각한 북한이 앙코르와트에 박물관을 직접 세운 목적은 외화벌이와 함께 캄보디아에 대한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됐다.

영국 정부 관계자는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현금을 벌어들이는 매우 짭짤한 사업이라며 지난해 말로 예정됐던 개관이 늦어진 이유는 앙코르와트 전체 유적지를 3일간 관람할 수 있는 자유이용권(40달러)에 이 박물관 요금을 포함시켜 가격을 인상하는 방안을 협상 중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캄보디아 측이 이 방안을 수용하면 앙코르와트 유적지를 방문하는 관람객들은 박물관을 보지 않아도 북한에 현금을 기여하는 셈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 시절 캄보디아와 형제국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2012년 노로돔 시아누크 캄보디아 국왕 타계 이후 관계가 멀어졌다. 하지만 한국이 캄보디아의 두 번째 투자유치국으로 떠오르자 유대 관계 복원에 주력하고 있다. 북한은 캄보디아에 식당 3곳을 운영하고 있으며 4호점 개관을 준비 중이다.

4000명의 예술가들이 소속돼 있는 만수대창작사는 앙골라 나미비아 세네갈 콩고민주공화국 등 아프리카 국가들과 계약을 하고 지금까지 총 1억5000만 달러(약 1605억 원) 규모의 공공 예술작품과 기념물을 세웠다. 해외에 있는 북한 국영 레스토랑 체인 60여 곳과 만수대창작사 운영권은 지난해 처형된 장성택의 부인이자 김정일의 여동생인 김경희가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