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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 대폭락 글로벌 투자시장 지각변동

Posted December. 21, 201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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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경제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양적완화(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는 조치)를 5년 만에 축소하는 출구전략을 단행해 글로벌 자산 지형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불황기에 최고의 투자 품목이었던 금값은 폭락하고 달러 강세로 인한 엔화 약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8년 수준으로 회귀하고 있다. 유가는 미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상승세다.

19일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내년 2월 인도분 금 선물가격은 전날보다 41.4달러(3.35%) 내린 온스(28.35g) 당 1193.60달러를 기록했다. 한국 기준으로 한 돈(3.75g)당 157.88달러(16만7431원)다. 심리적인 마지노선인 1200선이 붕괴된 데 이어 2010년 8월 3일 이후 3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미 주식 시장 주가가 상승해 그동안 금에 돈을 묻어온 투자자들이 자금을 빼 주식과 달러 투자로 돌아서고 있다. 불황기에 최고의 투자처로 각광받았던 금 투자가 서서히 퇴색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5월 출구전략을 시사한 이후 금 가격은 계속 하락해 올해 초 대비 29% 하락했다. 같은 기간 동안 금값이 이 정도로 폭락한 것은 1981년 이후 처음이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달러의 대체재이자 안전 자산으로 인식되면서 꾸준히 상승세를 보여 온 금이 12년 랠리에 종지부 찍는 것 아니냐는 다소 성급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한동안 금 매도세가 이어지겠지만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수요가 살아나면 다시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그 시기는 불확실하다.

금 뿐 아니라 은과 구리 등 주요 금속 가격도 달러화 강세의 영향으로 떨어졌다.

미 출구전략으로 큰 영향을 받는 또 다른 자산은 일본 엔()화. 달러 강세로 엔 달러 환율이 지속적으로 상승(엔화 가치 약세)하면서 뉴욕시장에서 19일 엔 달러 환율은 달러 당 104.23까지 상승했다. 리먼 브라더스 파산 며칠 전인 2008년 9월 9일 달러 당 108엔까지 올랐던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엔화가치 하락 속도가 더욱 빨라져 내년에 115 엔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자국 통화의 약세는 수출상품 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져 수출 경쟁력에 큰 도움이 된다. 엔화 약세로 일본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면 해외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품목이 많은 한국 수출 전선은 더욱 어려움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 경제가 전반적으로 호조를 보이면서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유가 상승세도 지속되고 있다.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19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전날보다 97센트(1%) 뛴 배럴당 98.77달러에서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10월 21일 이후 두 달여 만에 최고치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