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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미화원, 청소차로 편의점 강도 추적해 붙잡아

환경미화원, 청소차로 편의점 강도 추적해 붙잡아

Posted October. 17, 2013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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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2시 20분경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4가의 골목길. 환경미화원 박모 씨(54)는 5t 녹색 청소차 운전석에 앉아 있었다. 다른 환경미화원 2명은 골목 한구석에 모여 있던 쓰레기 봉지 8개를 차에 실은 뒤 차 뒤편에 선 채로 올라탔다. 그러던 중 박 씨는 한 편의점에서 나온 박모 군(19)을 우연히 보게 됐다. 검은색 옷차림에 모자를 눌러쓴 박 군은 손님을 가장해 편의점으로 들어가 과도로 주인을 위협한 뒤 35만9000원을 빼앗아 나오는 길이었다. 잠시 후 편의점 주인이 급하게 뛰어 나와 강도가 들었다. 신고 좀 해 달라고 소리쳤다. 박 군은 이미 멀찌감치 달아나고 있었다.

이를 본 박 씨는 과감하게 청소차를 돌려 달아나는 박 군을 향해 차를 몰기 시작했다. 편의점 주인은 박 씨에게 칼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뒤에 탄 다른 환경미화원들은 의아해했다. 평소에 가는 길도 아니었고 차 속도도 평소보다 빨랐기 때문이다. 박 씨는 약 1km가량을 뒤쫓아 박 군을 앞질렀다. 이어 차를 세우고 내린 뒤 박 군의 멱살을 잡았다. 그사이 도착한 경찰은 박 군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박 씨는 16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막상 잡고 보니 어린애여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말했다. 추격전에 대해선 매일 타던 차고, 매번 다니던 길이니까라며 쑥스러워했다.

서울 영등포 경찰서는 박 군을 특수강도 혐의로 구속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환경미화원 분이 흉기가 있다는 걸 듣고도 용감하게 뒤쫓았다고 말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