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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되어 내리면, 이산가족 눈물이

Posted August. 24, 2013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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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둥이 시인 정성수 씨는 실향민 가족이다. 그의 어머니 고부전 여사의 고향은 선죽교와 박연폭포로 알려진 북녘의 땅이다. 1991년 77세를 일기로 세상을 뜰 때까지 어머니는 가슴에 사무친 고향 땅을 다시 밟지 못했다. 그 고통의 나날은 아들의 시로 스며들어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되었다. 비가 되어 내리면, 이산가족 눈물이 등 이산가족의 절절한 사연이 담긴 8편의 작품은 올해 김우종 문학상의 대상을 받았다.

어렸을 때 틈만 나면 고향 이야기를 들려주셨던 어머니, 세상 어디서도 맛보기 힘든 보쌈김치와 청국장을 만들어주셨던 어머니, 피란 시절 한 살짜리 딸을 눈앞에서 떠나보내야 했던 어머니. 시인은 그리운 어머니가 죽어서도 고향집으로 가는 길을 잃어/오늘도 어두운 북녘 하늘 떠도시는 것은 아닐지 오늘도 노심초사한다.

1951년 전쟁둥이로 태어난 화가 서용선 씨는 6월 고려대박물관에서 전쟁의 기억을 형상화한 대작을 모아 기억재현: 서용선과 625전을 열었다. 전쟁으로 인한 무고한 희생이 너무 쉽게 잊혀지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우직한 의무감으로 완성한 역사화 작업이다. 이 중 피난은 14후퇴 때 폭격으로 부서진 대동강 철교를 건너는 피란민 행렬을 기록한 다큐 사진이 소재다. 혹한 속에서 아이를 업거나 잔뜩 짐을 짊어진 채 뼈대만 남은 다리를 기어오르는 사람들은 이목구비가 흐릿해 누구인지 분간하기 힘들다. 역사의 수레바퀴에 짓눌린 무수한 익명의 희생자를 그 속에 대입해보라는 것 같다.

남측의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12만8800여 명 가운데 40%가 넘는 약 5만6000명이 세상을 떠났다. 남은 사람들 중 70대 이상 고령자가 8할 이상을 차지한다. 자신을 대변할 힘센 노조도 없고 그 흔하고 막강한 소셜미디어네트워크도 활용하지 못하는 그들은 기다리고 기다리며 침묵으로 외친다. 어떤 구호를 앞세운 통일보다, 가족과 다시 만날 수 없는 이별의 쓰라림이 없는 통일이 먼저라고. 아흔 살의 어머니가 일흔 살의 아들에게/그 옛날처럼 반찬을 먹여주고/일흔 살의 아들이 아흔 살의 어머니를 가볍게 다시 업어드릴 수만 있다면(정성수의 그것이 통일이지요, 우리가 자주 만나면)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실무회담이 열렸던 어제 비가 뿌렸다. 마치 이산가족의 눈물처럼. 세상을 이미 떠난, 그리고 아직 이 땅에서 가슴 저미는 그리움을 안고 매일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듯 사는 이산가족들의 슬픔의 무게인가도 싶다.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