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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서 힘들게 빼왔건만먼지 쌓인 완제품

개성서 힘들게 빼왔건만먼지 쌓인 완제품

Posted July. 24, 2013 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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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공단 들어가 원부자재, 완제품 싸들고 왔는데 이게 뭡니까. 거래처가 제품을 안 받아주니 가뜩이나 어려운데 창고 비용만 더 들게 됐습니다.

개성공단 입주 섬유업체 일성레포츠의 이은행 대표는 15, 16일 이틀간 개성공단을 방문해 만들어놓은 아웃도어 의류 1500장을 싣고 내려왔다. 이미 계절이 지났지만 단가를 낮춰서라도 납품하면 당장 직원들에게 줄 월급 정도는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거래처는 물건을 받아주지 않았다. 낙담한 그는 19일 공단에 남겨둔 원부자재와 완제품을 추가로 갖고 나오려다 결국 포기했다.

이 대표는 바이어들이 제품을 사주지 않는 바람에 트럭 타이어가 터지도록 잔뜩 싸들고 내려온 물건들을 창고에 쌓아놓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수두룩하다며 물건을 가져오느라 일용직원 6명의 인건비와 창고비, 물류비만 더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통행제한 101일째인 12일부터 일주일 동안 공단에 두고 온 원부자재와 완제품을 꺼내왔지만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특히 섬유업체들은 이미 계절이 지났다는 이유로 거래처들이 납품받는 것을 거부하고 있어 피해가 크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 초기만 해도 대다수의 거래처는 공단이 정상화되면 물건을 제값으로 쳐서 받아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가동 중단 사태가 길어지자 더이상 봄여름 제품을 팔지 못하게 된 거래처들이 하나둘 돌아서기 시작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섬유업체 A사도 바이어 7곳이 구매를 거부해 30억 원어치의 물품을 창고에 쌓아두고 있다. 이 업체의 대표는 제품의 상태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바이어들의 말을 믿고 최대한 많은 제품을 챙겨 나왔는데 막상 외면당하고 보니 허탈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B사 대표는 도라산역 근처에서 구한 물류창고 임차료와 물류비용, 국내에서 마무리 작업을 하려고 계약해둔 아웃소싱업체 계약금까지 합하면 한 달에 2000만 원 이상이 든다며 그동안 수익도 없었지만 지출도 없어 근근이 버텼지만 물자 반출 이후 지출만 늘었다면서 울상을 지었다.

한재권 개성공단 정상화촉구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이번에 갖고 내려온 제품을 팔지 못하면 개성공단이 정상화된다 해도 내년 봄여름 제품 대금을 받을 수 있는 내년 4월까지는 수익을 낼 방법이 없다며 그때까지 버틸 수 있는 업체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김호경강유현 기자 whalefish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