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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돈풀기 멈추면 국제금융 요동 신흥국 외환보유 늘려 위기 대비해야

선진국 돈풀기 멈추면 국제금융 요동 신흥국 외환보유 늘려 위기 대비해야

Posted June. 04, 2013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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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경제 석학들은 선진국들의 출구전략이 한국 등 신흥국 금융시장에 큰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국제 금융계에서는 미국 등 선진국이 양적완화를 종료하는 출구전략에 들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선진국들의 출구전략에 따른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서는 각국 중앙은행들 간 공조를 강화하고 외환보유액을 확충하는 등 갑작스러운 외화 유출 충격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피에르 랑도 전 프랑스 중앙은행 부총재는 3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2013년 한국은행 국제콘퍼런스에서 선진국의 출구전략이 미치는 영향은 예상보다 복잡해질 수 있으며 글로벌 유동성의 높은 변동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40여 명의 세계적인 경제학자와 국제기구 및 중앙은행 고위급 인사가 참여한 한은 국제콘퍼런스는 글로벌 유동성 평가를 주제로 4일까지 진행된다.

랑도 전 부총재는 이어 금융규제 및 감독과 관련한 정책 협력을 통해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하지만 대부분 중앙은행이 그동안 국내 목표만을 감안한 통화정책을 수행해 와서 국제 공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이 대대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취하면서 풀린 자금이 한국 등 신흥국 시장으로 흘러 들어와 있는 상황에서 선진국이 출구전략을 취하면 신흥국에 유입된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갈 수 있다. 이 같은 금융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국제 공조가 필요하지만 일부 국가들이 환율 전쟁에 나서면서 국제 공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들이 출구전략의 시기와 방법을 택할 때 신흥국에 닥칠 후폭풍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중수 한은 총재도 이날 개회사에서 향후 선진국 출구전략이 개별적으로 시행될 경우 급격한 자본 이동과 국제 금융시장의 혼란을 초래할 여지가 있다며 자국 이해를 최우선시하기보다는 글로벌 공조를 통해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국제콘퍼런스에서는 한국 등 신흥국이 선진국 출구전략으로 인한 금융시장 혼란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외환보유액 확충 등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는 지난달 31일 동아일보와 채널A가 개최한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참가자들이 원화 국제화나 글로벌 투자은행(IB) 육성 등 비현실적인 목표보다 외화자산 운용 효율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창용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 정책 당국자들은 (완화적 통화정책 종료에 따라) 자산가격 추세가 전환될 때 은행 부문의 잠재적 위험이 금융 불안을 촉발할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며 충분한 외환보유액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1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토머스 사전트 뉴욕대 교수도 국제거래에 사용될 수 있는 자산인 글로벌 유동성을 보유하는 것이 서든 스톱(갑작스러운 외자 유입 중단) 등 유동성 위기의 대처 방안이라며 글로벌 유동성은 환율 변동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일종의 보험 역할도 한다고 주장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