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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노믹스와 아베 노 미스테이크

Posted May. 02, 201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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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일이지만 동아일보에 북-일 동시 압박이라는 제목이 크게 실린 것을 보고 움찔했다. 제목은 또한 한미중 트라이앵글이 뜬다고 덧붙였다. 한미중 3국이 협력해 북한뿐 아니라 일본에도 압력을 가하자는 취지였다.

일본에 대한 비판에 익숙해 있지만 과연 일본이 북한과 같은 급으로 취급될 정도로 위험한 나라인가. 어찌됐든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하면서 역사인식으로 고립되고 있는 아베 신조() 정권의 현실을 살펴보기로 했다.

서울에서 준비하던 일중한 정상회담이 5월 말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중국이 거부해 뒤로 미뤄졌다. 그런 가운데 동서대와 게이오대 등이 공동 주최한 한중일 심포지엄이 4월 26일 서울에서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하지만 때가 때인 만큼 토론의 초점은 일본을 향했다. 행사장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축사를 했지만 예정돼 있던 방일을 중단했기 때문에 참석할 수 있었다는 말을 듣고 솔직하게 기뻐할 수도 없었다.

아소 다로() 부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국회의원의 집단 참배, 여기에 더해 과거의 침략 사실을 애매하게 말하는 아베 총리의 발언에 나도 머리가 아프다. 전후 50년에 발표된 무라야마 총리 담화(1995년)로 확립된 침략과 식민지 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라는 일본 외교의 기반이 무너진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중국과 한국뿐만 아니라 서양 언론도 일제히 펀치를 퍼부었다. 일본은 민주주의 국가이며 미국의 동맹국이지만 아베 총리의 부끄러운 발언으로 국제 사회에서 일본의 친구는 사라질 것(월스트리트저널), 아베 총리는 역사의 상처를 건드리지 말고 일본의 미래 설계에 집중해야 마땅하다(뉴욕타임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보다 호된 말로 다그쳤다. 일본인으로서는 견디기 어려운 기분이다.

아베 총리와 측근들은 역사관은 각 나라마다 다르다고 자주 말한다. 아소 부총리도 2월25일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한 뒤 가진 회담에서 이를 역설했다. 하지만 일본의 침략을 엄중하게 심판한 도쿄 재판의 결과를 받아들이면서 국제 사회에 복귀한 일본이 이제 와서 그것을 애매모호하게 말하면 세계로부터 친구가 없어질 것이라는 말을 들어도 어쩔 수 없다. 과거 야스쿠니 참배를 고집스럽게 계속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조차도 무라야마 담화는 존중한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전후 60년에 즈음해서는 무라야마 담화와 유사한 고이즈미 담화를 내놓았다.

외국에서 자국 정부를 비판하는 것만큼 내키지 않는 일은 없다. 하지만 아베 내각의 지지율이 높다고 해서 일본인 다수가 그의 역사관까지 지지하고 있다고 생각되어서는 곤란해 이렇게 솔직하게 쓰고 있다. 일본인의 한 사람으로서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는 어떻든 간에 아베노미스테이크(Abenomistake아베 총리의 잘못)는 수정됐으면 한다.

지금부터는 한국에 대한 주문이다. 아베 총리가 자유와 민주주의, 법의 지배라는 보편적인 가치관에 기반을 둔 외교를 제창하고 있는 것을 알고 계신가. 이에는 중국을 견제하는 색깔이 짙은 것도 틀림없지만 다른 한편으로 민주화 된 지 오래된 한국에의 연대감이 내포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옛 자유민주당은 당명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에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떠들썩하게 주장하지 않았다. 한국의 군사정권에 대한 배려도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아베 총리가 (한국에) 성원을 보내는 것은 경의의 표시이기도 할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아베 총리가 말하는 보편적인 가치관에 보편적인 역사관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것이 한국을 자극하고 있는 점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한국은 자유와 민주주의, 법치주의라는 보편적인 가치를 소홀히 해도 좋은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최근 일한 관계에 대해 안보 경제 등 모든 차원에서 중요하다면서도 과거의 상처가 도지게 되면 미래지향적으로 가기 어렵다 일본의 우경화는 아시아 국가와의 관계를 어렵게 하는 것으로 일본에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전적으로 동감이지만 한국도 가급적 일본의 우경화를 유발할 만한 활동은 안 하면 좋겠다. 그를 위해서도 대통령은 빠른 기회에 일본을 방문해 아베 총리와 공통의 가치관에 대해 차분히 대화를 나누면 어떨까. 그 자리에서는 역사관에 대해서도 세계의 상식의 범위에서 같은 씨름판 위에 서자고 호소하면 좋을 것이다. 그러면 아베 총리도 듣는 귀가 있을 것이다. 하물며 일본인의 대부분은 크게 공감할 것임에 틀림없다.

일중 사이에 위치한 한국은 역사 인식에 관해서는 중국과 손을 잡기 쉬운 것 같지만 일본과 함께 중국에 항의할 일도 많게 마련이다. 그런 위에서 일중한의 미래를 서로 이야기해야지, 그저 일본을 고립시키는 것은 상책이 아니다. 대통령이 꼭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