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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세계 경제 뒤흔드는 키프로스

[오피니언] 세계 경제 뒤흔드는 키프로스

Posted March. 22, 2013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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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는 키프로스 섬이 여러 번 등장한다. 하늘의 신 우라노스는 대지의 신 가이아와 낳은 괴물 형제들을 지하 지옥에 가둬버린다. 복수심에 불탄 가이아는 아들 크로노스를 시켜 우라노스의 성기를 잘라 바다에 던진다. 그 자리에 하얀 거품이 모이고 그 안에서 아름다운 여자가 탄생했으니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다. 바로 키프로스 섬 앞바다였다. 자신이 만든 조각상을 사랑했다는 피그말리온 이야기도 키프로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키프로스의 영어 발음은 사이프러스다. 이 섬에 많이 자라는 측백나무의 이름이기도 하다. 지중해에서 그리스 동남쪽, 터키 바로 아래 위치하고 있으며 면적이 남한의 10분의 1 정도다. 한국처럼 남북으로 나뉘었지만 현재 남키프로스만이 국제사회에서 나라로 인정받고 있다. 인구 113만 명에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235억7천만 달러(26조30000억 원) 밖에 안 되는 이 나라가 요즘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주 유로존 재무장관 등이 키프로스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 방안에 합의한 뒤부터다.

그리스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이 나라는 그리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덩달아 사정이 나빠져 부도 위기에 몰렸다. 지난해 6월 구제금융을 신청한 이후 지난 주말 채권단이 내놓은 구제금융 조건이 더 화근이 됐다. 액수가 2만10만 유로(약 2880만원1억4400만원)인 은행 예금에 대해 6.759.9%의 세금을 걷어 갚겠다는 것이다. 키프로스 예금주들은 바로 은행으로 달려가 이 조건이 현실화되기 전에 예금을 찾겠다고 아우성을 쳤고, 정부는 은행들을 폐쇄했다. 불신은 일파만파로 번져나갔다. 스페인 포르투갈 등 다른 경제위기 국가들에서도 은행 예금을 떼 갈지 모른다는 불안이 확산되면서 유럽 전역에 뱅크런(bank run 대량 예금인출) 조짐이 나타났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키프로스 의회가 이 조건을 전면 거부하면서 키프로스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키프로스 정부는 징세 대상 예금을 10만 유로 이상으로 올리고 국채를 발행하는 등 새로운 안을 만들어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지만 해결책을 찾게 될지는 미지수다. 키프로스 사태에는 유로존의 강호 독일과 러시아의 감정싸움까지 곁들여져 있다. 키프로스의 예금 중 상당 부분이 낮은 세금과 비밀 보장을 따라간 러시아 돈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인들은 왜 우리가 러시아의 검은 돈을 보호하기 위해 세금을 내야 하느냐며 예금에 대한 세금 부과를 주장하고, 러시아는 이 모든 상황을 망친 것은 독일 등 유로존이라고 맞받고 있다. 지구 반대편의 작은 섬나라 때문에 한국의 주가가 급락하는 등 며칠 째 주식시장이 출렁이고 있으니 세계화 시대를 실감하게 된다.

신 연 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