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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콧대 높은 청와대, 속 좁은 야당, 허약한 여당

[사설] 콧대 높은 청와대, 속 좁은 야당, 허약한 여당

Posted March. 04, 2013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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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인 어제 오전 9시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국회가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임시국회가 끝나는 5일까지는 통과시켜주기를 거듭 거듭 간곡하게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오전 10시로 예정된 여야 개편안 협상과 오후 2시 열릴 예정인 박근혜 대통령-여야 지도부 회담을 앞두고 사실상 데드라인까지 제시하며 원안 처리를 압박한 모양새다. 전날인 토요일에는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이 민주통합당 측에 청와대 초청 전화를 하고 수락 답변을 들을 새도 없이 윤창중 대변인이 내일 청와대 회담이 열린다고 발표하는 결례를 범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과 문희상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의 회담은 없었던 일이 돼버렸다. 민주당은 상대가 참석 여부를 답하지도 않았는데 대변인이 발표부터 하는 것은 신뢰를 깨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두 대변인의 무례와 무능이 원활한 국정 운영을 헝클어트렸다고 비판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이남기 홍보수석은 뒤늦게 청와대 회담 제의를 야당이 받아들이지 않아 유감이라고 했으나 회담 불발은 청와대 책임이 더 크다.

새 정부가 출범한지 일주일이 됐는데도 국무총리 한 사람 달랑 임명하고 장관은 한명도 임명하지 못했다. 안보 위기, 글로벌 경제 위기에서 급박한 상황이 터지면 어쩔 것인지 국민은 불안하다. 박 대통령은 정부조직 개편에 대해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의원도 다 설득하지 못한 것 같다. 준비된 대통령은커녕 정치 실종이자 불통이라는 들을 수밖에 없다.

오늘 아침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정 차질을 사과하고 국정운영의 기조를 밝힌다지만 국민의 실망과 불안을 달래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청와대는 첫 회동 제의 거절에 대해 대통령을 인정하는 건지 아닌 건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박 대통령도 야당의 견해에 귀를 열어야 한다. 민주당이 정치적 파트너 대우는 고사하고 무시당했다는 느낌을 받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민주당도 대승적 차원에서 청와대 회담에 응하고 협상을 통해 정부조직법을 처리해야 국민에게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청와대의 회담 제의가 매끄럽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나무라면서 박 대통령과 만나 의견을 개진하고 협상을 하는 것이 순리다. 정부 구성이 늦어질수록 야당의 발목잡기라는 비난여론도 높아질 것이다. 지금 여당과 야당이 싸우고 있는 방송통신위와 미래창조과학부의 관한 다툼에 국민은 별 관심 없다.

새누리당이 박 대통령의 입만 쳐다봐서는 안 된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은 행정이 정치를 주도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새누리당이 청와대 눈치를 보면 국민의 버림을 받는다. 당 지도부는 야당뿐 아니라 대통령도 설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당이 제때 제대로 제 할 일을 못하니 야당이 여당을 젖힌 채 대통령에게 결단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