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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대통령의 근면과 사색

Posted February. 25, 2013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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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왕세자. 이명박 전 대통령(MB)과 절친으로 알려진 외국 정상들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베스트 프렌드로 꼽은 5명에는 이 전 대통령도 들어 있다. 이 전 대통령이 2011년 미국을 방문했을 때 미국 뉴욕타임스는 외국 정상에게 미국이 이보다 더 환대를 한 적이 없었다라며 두 정상 간에 신비롭고 강력한 교감이 있다라고 보도했다.

해외 순방에 자주 동행했던 전직 관료는 MB가 남다르게 부지런해서 외국 정상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라고 풀이했다. 이 전 대통령은 정상회담 전날 밤늦게까지 스태프와 회담 준비를 하고, 새벽에 또 회의를 연다고 한다. 상대가 10대에 썼던 시를 외워 갈 정도이니 당사자가 감동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는 거다. 이 전 대통령은 평생을 일벌레로 살았고 그걸 자랑으로 여겼다.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고별 오찬간담회에서도 일을 해 본 사람은 우리를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권자가 일중독이면 아랫사람도 따라가게 마련이다. 정권 초기 관가의 아침 출근이 빨라지면서 얼리 버드(early bird일찍 일어나는 새)라는 말이 유행했다. 주말에도 나와야 한다고 해서 월화수목금금금이라는 조어도 탄생했다. 그렇게 해서 공공부문의 생산성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는 모르겠다. 중간 간부부터 하위직까지 모든 공무원이 피로를 호소했고, 주말에 정부청사에 나가 보면 실국장들이 하는 일도 없이 자리만 지키고 있기 일쑤였다. 근면(부지런히 일하며 힘씀)과 성실(정성스럽고 참됨)은 다르다. 이명박 정부는 근면했나. 그랬다. 성실하기도 했나. 소통 부족, 친인척과 측근의 비리, 민간인 불법 사찰 논란 등을 생각하면 선뜻 그랬다라고 답하기 어려워진다.

대통령이 세일즈맨이 돼야 할 때도 있다. 정상외교가 그렇다. 그러나 대개의 시간은 세일즈맨으로서보다는 기획자, 조정자,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더 많이 해야 한다. 대통령뿐 아니라 어느 정도 큰 조직의 지도자라면 다 그렇다. 기획자의 부지런함은 외판원의 부지런함과는 다르다. 사색할 시간이 부족한데 좋은 그림이 그려질 리 없다. 이명박 정부가 철학이 빈곤하다라는 비판을 듣는 것도 대통령의 부지런함과 무관하지는 않을 듯하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는 일중독이라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대통령마다 스타일은 다르고 어느 게 좋다는 정답도 없다. 다만 박 대통령은 근면한 정부를 넘어 일 잘하는 정부, 그리고 성실한 정부를 만들어 주길 기대한다.

장 강 명 산업부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