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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경찰 전란시 무전교신 먹통 우려

Posted October. 09, 2012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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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과 경찰이 전쟁 등 국가 위기상황에서 합동작전을 펼 때 사용하는 작전교신용 무전기 상당수가 먹통인 것으로 드러났다. 베트남전쟁 때 사용된 노후장비인 데다 신형 무전기 도입은 오히려 뒷걸음질하는 탓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기선 의원(새누리당)이 8일 경찰청에서 받은 군경합동용 무전기 운영 실태 자료를 보면 현재 경찰이 보유한 무전기는 소요량인 518대보다 43대가 적은 475대다. 이 가운데 335대(70.5%)는 사용연한인 9년을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베트남전쟁(19601975년) 때 사용된 구형 무전기가 207대로 전체 보유량 중 43.6%를 차지했다. 사용연한을 3배나 초과한 이 기기는 육군 중대급에서 사용하는 배낭 무전기(PRC-77)로 무게 6kg에 교신거리는 8km에 불과하다. 무게가 4kg으로 가볍고 교신거리도 20km에 달하는 신형 무전기에 비해 성능이 크게 떨어진다.

노후 기종이라 고장도 많다. 지난해 서울지방경찰청이 군경 작전교신용 무전기를 일제 점검한 결과 보유 중인 99대 중 19대가 고장이었다. 이 중 18대는 PRC-77 구형 기종이었다. 이 무전기는 국회나 정부중앙청사 등 국가 주요시설을 담당하는 경비대에 주로 배치돼있다.

김 의원은 전쟁 시 최우선 타격목표가 될 만큼 통신시설이 중요한데 노후 장비가 많다 보니 고장 나도 부품이 없어 무전기를 못 고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지역별로는 서울경찰청이 소요량보다 27대가, 제주경찰청은 11대가 부족했다. 청와대 등 국가 핵심기관이 몰려 있는 수도와 경찰이 군을 대신해 작전을 수행하는 제주가 가장 취약한 통신설비를 운용 중인 셈이다.

하지만 경찰은 신형 무전기 도입에 소극적이다. 신규 구매 대수가 2007년 28대, 2009년 15대, 2011년 5대로 오히려 매년 감소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을지훈련 때 시험적으로 사용해 보는 것 외에는 평소 쓰임새가 거의 없는 장비라 예산을 배정할 때 우선순위가 밀릴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신광영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