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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흩어진 안철수 멘토들

Posted September. 28, 2012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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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사()는 예로부터 자기를 써주는 사람을 찾아다니는 법이다. 맹자는 추나라 사람이지만 위나라에서 혜왕의 멘토 역할을 하다가 그 아들 양왕이 도무지 임금답지 못하자 제나라로 떠나 거기서 선왕의 멘토 역할을 했다. 그 전에 공자도 마찬가지였다. 공자는 노나라 사람이지만 제나라로 가서 자리를 구했다. 그러나 결국 뜻을 이루진 못하고 돌아와 제자를 키우는데 여생을 바쳤다. 노자의 눈에는 이런 공맹의 무리가 자리에 연연하는 해바라기 지식인으로 비치기도 했다.

한나라당 이회창의 책사였던 윤여준이 노무현의 아바타인 민주통합당 문재인의 캠프로 갔다. 새누리당 박근혜 캠프의 김종인은 현 민주당의 한 전신인 새천년민주당에서 부대표까지 지냈다.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후 구조조정을 지휘했던 이헌재는 신자유주의에 비판적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 캠프에 가 있다. 대선 후보들이 지지 유권자의 확장을 위해서라면 반대 진영의 인물을 끌어오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정체성 없는 묻지마 영입으로 정당정치를 훼손한다는 비판과 함께 이종교배로 극단의 정치를 완화한다는 긍정의 목소리도 나온다.

윤여준과 김종인은 지난해 안철수에게 정치적 조언을 해주다가 사이가 틀어져 떨어져나갔다. 윤여준은 한 인터뷰에서 박근혜 쪽에서 자신을 찾지 않는데 서운함을 토로한 적이 있다. 그는 얼마 후 진보 원로 백낙청의 계간지 창작과 비평에 보수 측 인사로는 보기 드물게 대담자로 등장하더니 이번에 문재인 캠프로 갔다. 김종인은 한 인터뷰에서 이번 대선을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의 구도로 본다고 말한 적이 있다. 얼마 후 박근혜에게 갔다. 안철수의 새 멘토 자리는 이헌재가 차지했다.

올해 윤여준의 나이 73세, 김종인은 72세, 이헌재는 68세다. 요새는 70세는 돼야 노인이라니까 그 기준으로 보면 윤여준과 김종인은 노인 뻘이고 이헌재도 곧 노인이 된다. 기자 출신의 윤여준은 전두환 정부에서부터 청와대 비서관 근무를 했다. 경제학자 출신의 김종인은 전두환의 집권당인 민정당의 창당 국회의원이었다. 이헌재는 박정희 정권에서 잘나가던 재무부 관리였다. 높은 자리를 다 해본 이들이 또 무슨 욕심이 있어서 저러는가 흘겨보는 눈길도 있지만 그들의 경륜이 후보의 안정감을 높이고 있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송 평 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