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이 18대 대통령 후보로 문재인 의원을 선출했다. 59일의 경선 기간 중 모바일 동원 경선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문재인 대세론이 통한 결과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인 문 후보가 13연승으로 경선을 독주한 배경엔 민주당을 장악한 친노()세력의 전략적 선택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당 지도부는 문 후보에게 대통령 선거일까지 최고위원회의 권한을 모두 넘기기로 했다. 이해찬 대표-박지원 원내대표를 사실상 2선으로 후퇴시키고 문 후보에게 당 운영의 전권()을 준 것이다. 당장 경선 과정에서 친노와 비노()로 깊게 패인 갈등의 골을 봉합하는 것이 문 후보의 정치력을 재는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문 후보는 어제 서울 유세에서 국민의 눈높이만큼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변화 강조가 막연한 레토릭(수사)이 아님을 노무현 프레임 깨기에서부터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다.
문 후보는 아직 12월19일의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리는 것으로 확정된 후보는 아니다. 이것은 민주당이 스스로 책임져야 할 일이지만, 아무튼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며칠 안에 대선출마를 선언할 경우 야권후보 단일화 국면이 전개된다. 단일화 방식으로는 1997년의 DJP(김대중+김종필)식 담판과 2002년의 노무현 정몽준식 경선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두 사람이 대통령과 총리를 나눠 갖는 공동정부 시나리오도 흘러나온다. 그러나 야권 후보 단일화가 국민이 납득할 수준의 정책 공유 없이 411 총선 때처럼 선거공학에만 매달려 묻지 마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면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민주당은 정권 탈환을 외치는 제1야당이면서도 2010년 6월 경기도지사 후보를 내지 못했고, 작년엔 제2의 선출직인 서울시장 후보도 무소속의 박원순 후보에게 넘겨줬다. 이번에 최고의 선출직인 대통령후보마저 못 낸다면 그야말로 존재이유를 상실한다. 당 주변에선 60년 정통정당의 역사에 두 번의 집권 경험까지 있는 민주당이 선거기획사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문 후보는 자신의 국정운영 비전과 후보 경쟁력으로 당의 존립 위기를 돌파해야 할 중대한 책무를 떠안게 됐다. 그가 당의 분열 치유, 그리고 수권능력 입증에서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느냐에 당의 운명과 자신의 운명이 함께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 후보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과거사 인식을 맹공하지만, 박정희 시대의 역사와 이에 대한 박 후보의 발언에 꼬투리만 잡아서는 자신의 활로를 열기 어려울 것이다. 문 후보 본인은 실패한 노무현 정권 사람일뿐 아니라 자신의 미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는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그의 운명을 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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