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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출하는 깡통상가는 또 어찌할 것인가

[사설] 속출하는 깡통상가는 또 어찌할 것인가

Posted August. 01, 2012 06:11   

가격이 급락해 경매로 처분해도 담보 빚을 다 갚지 못하는 깡통상가가 속출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말 기준 국내 6개 시중은행의 상가담보 대출 가운데 4분의 1은 경매에 넘겨 상가를 팔아도 대출금도 못 갚는 깡통상가다. 깡통상가는 실물경기 침체와 소비 부진, 자영업자의 증가 등과 같은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최근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를 포함한 은퇴자들이 월세로 생활을 꾸리려고 은행돈을 빌려 상가에 투자한 경우가 많다. 대출을 받아 점포를 사서 창업에 나선 자영업자도 있다. 은행들은 지난해 주택담보 대출보다 규제가 강화되자 상가 사무실 공장과 같은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잡는 대출에 열을 올렸다. 상가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적용되지 않아 담보의 70% 이상까지 돈을 빌려준다. 6개 시중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10년 8.0%, 2011년 11.9%로 각각 늘어난 것을 봐도 최근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증가세를 알 수 있다.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한 대출의 대부분은 대출 등급이 낮거나 자산이 많지 않은 자영업자들이 빌린 생계형 대출이다. 경기 침체의 여파로 돈벌이가 시원치 않은 자영업자들은 상가를 운영해 대출 이자조차 제대로 갚지 못해 허덕이게 된다. 6개 시중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연체율은 5월말 현재 1.44%로 주택담보대출 연체율(0.93%)을 크게 웃돈다. 저축은행과 같은 제2금융권에서 받은 대출까지 감안하면 상업용 부동산에 돈을 빌려준 은행권의 대출 부실이 더 심각할 수 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어제 가계부채 위험과 관련해 연체율이 점차 상승하고 있어 경제여건 악화하면 위기상황이 단기간에 급속히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와 함께 실물경기 변동에 민감한 상업용 대출 연체율 상승과 같은 부실 가능성을 면밀히 감시하고 연착륙 대책을 내놔야 한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올해 성장률이 2%대로 추락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경기 침체가 소비 부진-부동산 침체-대출 연체 증가-금융권 대출부실 심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책 당국이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 서민 금융을 활성화하고 생계형 자영업자를 위한 사회 안전망을 늘려야 한다.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4번째로 높다. 한계에 몰린 자영업자의 전업()을 지원하는 시스템도 보강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