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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 위 한국, 중에 아쉬운 한골차

Posted March. 28, 2011 08:39   

전반 13분 김동섭(광주)이 골을 터뜨리자 김귀현(벨레스 사르스필드)이 달려가 이용재(낭트)를 얼싸 안았다. 어시스트는 아니지만 김귀현은 미드필드 중앙에서 볼을 잡은 뒤 바로 앞으로 패스했고 이를 이용재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잡아 정동호(가이나레 돗토리)에게 이어줘 이를 크로스하자 김동섭이 상대 골키퍼에 앞서 논스톱으로 받아 넣었다. 선제골의 물꼬를 김귀현이 튼 셈이다.

27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의 올림픽대표팀 친선경기. 아르헨티나 2부에서 활약하는 김귀현에게 이날 경기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을 앓고 있는 아버지(김직69) 앞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처음 뛴 경기였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당초 시한부로 알려졌으나 인공호흡기가 없으면 호흡이 곤란해 외출하지 못하고 집에서만 지내야 하는 병이다. 김귀현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모두 청각장애인이다. 아버지는 이날 대한축구협회의 배려로 전남 신안군 임자면 임자도 주민 50여 명과 함께 경기장을 찾아 안전상황실 병상에서 인공호흡기를 달고 아들의 플레이를 지켜봤다.

이런 부담감 때문인지 김귀현의 플레이는 매끄럽지 못했다. 열심히 뛰려는 투지는 돋보였지만 실수가 많았다. 2004년 김귀현을 아르헨티나로 데려간 아르만도 마르티네스 코치는 너무 욕심이 많았다. 자기 플레이만 해도 됐는데 남의 플레이까지 거들려고 하다 보니 실수가 많았다고 말했다. 김귀현은 후반전이 시작하고 바로 근육 경련으로 교체됐다. 하지만 김귀현은 고향 사람들 앞에서 즐겁게 경기했다. 아버지 앞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뛸 수 있어 기뻤다고 말했다. 홍명보 감독은 아직 팀플레이에는 적응하지 못했지만 테크닉은 뛰어났다. 하고자 하는 의욕과 투지가 돋보였다고 김귀현을 평가했다.

한국은 김동섭의 선제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두고 중국전 무패 행진을 계속했다. 한국은 1992년 1월 30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바르셀로나 올림픽 예선전(3-1 승)부터 8승 1무를 기록했다. 하지만 한국은 줄곧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1골만을 넣어 골 결정력을 높여야 한다는 숙제를 안았다.



양종구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