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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신수종 사업에 속도 낸다

Posted November. 23, 2010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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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그룹조직(전략기획실)이 복원됨에 따라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새로운 사업분야 진출에 속도가 붙고 있다. 특히 총 3조3000억 원이 투입되는 바이오제약 및 의료기기 분야는 최근 이건희 회장 복귀 이후 삼성의 투자행보가 빨라지면서 인력 유치는 물론이고 연구개발(R&D) 용지 검토에까지 착수했다. 이에 따라 막대한 예산이 들어갈 삼성의 바이오 및 의료기기 연구개발(R&D)센터를 유치하려는 각 지방자치단체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바이오의료기기 R&D센터 저울질

22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테크윈이 4월 경기 성남시 판교에 진단시약 및 장비를 다루는 R&D센터를 지은 데 이어 최근 삼성전자가 경북 구미시와 의료기기 R&D센터 건립을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 오송생명과학단지를 보유한 충북도와 첨단의료복합단지로 지정된 대구시를 포함해 경기 강원도 등도 삼성의 바이오시밀러(복제의약품) 및 의료기기 사업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선 삼성이 구체적인 투자 결정을 아직 내린 것은 아니지만 이미 세종시 투자가 물 건너간 상태여서 늦어도 내년 초에는 삼성이 투자지역과 규모, 시기 등을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김범일 시장이 직접 김순택 삼성전자 부회장과 여러 차례 만나는 등 바이오시밀러 양산시설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특히 대구시는 최근 삼성이 인수합병 입찰에 참여한 메디슨과 의료기기 R&D센터를 놓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어 삼성의 인수전 승리를 전제로 부수적인 파급효과를 기대하는 눈치다. 메디슨은 초음파 진단기기 세계 시장 5위로 현재 삼성과 SK가 본입찰에서 맞붙은 상태다.

이 밖에 삼성은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도 항암제와 관절염 치료제에 대한 임상시험에 이미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10년 전부터 유전자정보를 꾸준히 모으고 해외 석학을 대거 영입하는 등 착실히 준비해왔다며 R&D에 착수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시판을 눈앞에 둔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은 바이오제약 및 의료기기와 함께 신수종 사업으로 지정한 태양전지에서도 삼성정밀화학이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을 9일 공시하는 등 속도를 높이고 있다. 삼성은 이 분야에서 소재는 물론이고 태양전지 및 모듈 생산(삼성전자), 발전소 설립(삼성에버랜드) 등을 아우르는 수직계열화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거듭난 전략기획실 신수종 사업으로

삼성은 전략기획실을 부활시키면서 삼성 특검과 관련된 이학수 고문과 김인주 고문에 대한 문책 성격과 더불어 과거 이들이 주도했던 톱다운식 의사결정 구조를 바꿀 것임을 분명히 했다. 각 계열사를 통제, 감독하는 데에만 치중했던 기존 전략기획실의 성격을 바꿔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반도체와 휴대전화, TV 사업 등을 대체할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

실제로 전략기획실 수장으로 선임된 김순택 부회장은 22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신설되는 그룹의 컨트롤타워는 과거보다는 미래를 대비하는 조직이 될 것이라며 신수종, 신성장 사업 중심으로 구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사회와 그룹 내 임직원들이 바라는 소통과 상생을 실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조직을 꾸리겠다며 (이 회장이) 앞만 보고 인재를 중시하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올 3월 이 회장은 경영 복귀의 일성()으로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 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앞으로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제품들이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전략기획실이 이재용 부사장의 후계체제 지원과 함께 신수종 사업 육성에 중점을 둘 것이라는 점은 이미 이 회장의 복귀와 더불어 예고됐던 셈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 안팎에선 김 부회장이 키를 쥘 전략기획실이 여태껏 계열사별로 흩어져 추진됐던 삼성의 신수종 사업군을 조정해 체계화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예컨대 의료기기 사업의 경우 삼성전자와 삼성테크윈,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삼성의료원 등이 한꺼번에 나서 비슷한 분야가 중복된 경우도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김상운 김선우 sukim@donga.com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