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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재산 도피용 거액 해외 금융계좌 봇물 터졌나

[사설]재산 도피용 거액 해외 금융계좌 봇물 터졌나

Posted November. 09, 2010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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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모 제조업체의 사주 A 씨는 스위스에 비밀계좌를 갖고 있다. 해외에 세운 현지법인과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해 매출액을 조작하는 수법으로 조성한 비자금이 이 계좌로 들어갔다. 비자금은 조세피난처인 말레이시아의 라부안 등을 거쳐 세탁돼 국내에 재투자됐다. 일부는 변칙 상속에 쓰였다. 국세청은 6개월에 걸친 조사에서 해외 계좌를 악용한 A 씨의 교묘한 탈세를 적발해 올해 5월 2137억 원의 세금을 거두는 실적을 올렸다.

국세청은 A 씨 등 4명을 조사하면서 스위스 홍콩 싱가포르의 비밀계좌 14개의 내역을 확보했다. 정부간 협조를 통해서가 아니라 정보시장에서 은밀하게 찾아낸 것이다. 국세청은 A 씨처럼 해외금융계좌를 이용한 역외() 탈세가 우려할만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은 돈이 금융실명제로 국내에서 숨을 곳을 찾지 못하자 해외로 빠져나가 숨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역외탈세와의 전쟁은 세계 각국 국세청의 뜨거운 현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20개국(G20) 회원국들도 국제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아직은 선언적인 단계로, 모든 나라가 탈세혐의자에 대한 금융자료를 공유하지는 않는다. 스위스와 달리 라부안은 금융비밀주의를 포기하지 않고 탈세를 노리는 국내 기업들과 계속 거래하고 있다. 국세청은 국내외 법인의 재무자료를 조회할 수 있는 국제거래 세원분석시스템(ICAS)을 올해 구축했고 국제탈세정보교환센터에 작년 3월 가입해 탈세와의 전쟁 채비를 하고 있다.

미국과 호주처럼 내국인과 기업이 해외에 개설한 계좌를 자진 신고하게 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해외 주재원이 생활자금으로 갖고 있는 통장은 문제될 것이 없지만 차명계좌까지 동원해 수백만, 수천만 달러를 갖고 있다면 탈세 혐의가 짙다.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은 해외계좌 신고제를 명시한 국제조세법 및 조세범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해놓고 있다. 해외계좌를 신고하지 않을 경우 찾아내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난점이 있지만 처벌규정을 두는 것만으로도 해외계좌 개설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국세청은 해외계좌 등 탈세정보를 수집하는 요원을 해외 15곳에 배치하고 현재 15명의 인력으로 임기기구로 운영 중인 역외탈세 추적전담센터를 상설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현동 국세청장은 해외로 빠져나가는 돈을 파악하는 과세()인프라를 충실하게 구축해 역외탈세는 끝까지 추적해 과세하겠다고 한 약속을 실적으로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