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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대신 외교로 대화 유인 출구 염두

Posted July. 31, 2010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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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독자적인 대북제재 조치와 관련해 제3국 정부나 금융기관이 북한과 거래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강제적인 국내법적 조치는 하지 않기로 했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 관련 기업과 거래하는 세계 모든 나라의 기업에도 제재를 가하는 고강도 대()이란 제재법과 같은 방식을 취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신 행정명령을 통해 사치품 수입이나 위조지폐 등 불법 활동과 연루된 북한 금융계좌를 차단하는 식으로 북한을 제재할 방침이다.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미국의 구체적인 대북 추가제재 조치는 로버트 아인혼 대북이란제재조정관(사진)이 다음 주 방한할 때 한미 간에 조율하고 미국 내 유관부처와 조율을 거친 뒤 다음 달 발표될 예정이다.

추가 대북 금융제재와 관련해 미국은 기존의 대량살상무기(WMD) 확산활동 제재를 위해 북한의 23개 기관과 기업 및 개인을 제재대상 리스트로 올렸던 행정명령 13382호와 비슷한 방식으로 사치품과 마약 가짜담배 위조지폐 등 불법 활동을 타깃으로 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할 방침이다. 이번에 행정명령 발표 때도 제재대상 리스트를 함께 발표할 것을 적극 검토 중이다. 하지만 미국은 의회에서 입법을 통해 금융거래 차단을 강제화하는 이란식 제재 방식을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28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세계의 모든 나라는 유엔안보리 결의 1874호 등을 이행할 의무가 있는 만큼 이들이 다양한 방식을 통해 북한에 압력을 가하기를 기대한다며 국제사회의 협조를 촉구했다.

이처럼 미국이 이란과 같은 고강도 극약처방을 북한에 적용하지 않기로 한 것은 앞으로 북한이 대화테이블로 나오는 것에 대비한 출구전략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이 남북경협의 50%가량을 차지하는 개성공단을 폐쇄하지 않는 것도 나중에 북한과의 관계가 개선됐을 경우에 대비한 것이다.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자금 2500만 달러 동결 당시 미국은 이후 북한과의 협상으로 동결자금을 풀려고 했지만 복잡한 국제금융거래시스템상 아주 어렵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만약 이란처럼 의회 입법을 통한 제재를 할 경우 이를 철회할 때도 행정부의 재량사항이 될 수 없어 나중을 대비한 출구는 일단 열어놓겠다는 뜻이다.

미국이 북한과 제3국간의 거래를 단절하지 않고 기존의 유엔안보리 결의 1874호의 강력한 이행에 초점을 맞춘 것은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되 퇴로는 열어놓겠다는 속뜻이 담겨 있다.



최영해 yhchoi65@donga.com